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전기요금에 태양광·풍력 확대 비용을 더하고, 국제 유가가 오르면 요금도 따라 올리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산업통상자원부의 감독을 받는 대한전기협회가 주최·주관한 토론회에서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관련 논의를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전기요금체계 구축'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발표를 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전기협회가 주관했다. 대한전기협회는 한국전력 및 발전공기업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되는 비영리법인이다.
토론회에는 이학영 민주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과 김종갑 한전 사장 등 정부 측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환경단체 관계자와 법률·회계 전문가도 토론에 참여했다. 김진우 건국대 교수, 김성수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이성범 화우 변호사,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임지산 삼일회계법인 상무,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정 위원은 현행 전기요금 체제가 유가 변동 등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유가가 올라도 전기요금은 따라 오르지 않다 보니 가스 등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게 효율적인 상황에서도 전기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며 "유가가 올라도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아 한전 적자가 누적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정 위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가 변동에 따라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총생산(GDP) 상위 30개국 중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정 위원은 또 기후변화 대응 및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영국과 독일 등은 관련 비용을 전기요금에 포함시키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들의 에너지전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제도적인 개선 방안으로 전기요금 조정 기준 및 관련 원칙 수립을 제안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3년 주기로 유가와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조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정 위원의 발표는 정부와 한전 등이 지난 수 년간 주장했던 전기요금 체계 개편 방향과 일치한다. 다만 이 같은 개편이 현실화되면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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