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택배사업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내용의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을 추진하자 화물업계와 택배업계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등록제 시행 시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어 법 제정을 반기고 있다. 화물업계는 택배사업자가 많아지면 이들이 운송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서울 용달화물차운송사업연합회는 11일 서울 수유동에서 생활물류법 제정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달 14일부터 한 달가량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 단체를 비롯해 전국화물연합회, 전국개별화물연합회 등 화물 3개 단체가 생활물류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생활물류법은 지난달 8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제정안은 택배사업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게 골자다. 표준계약서 작성, 과로 방지 등 택배기사 처우를 개선하는 안도 담겼다. 올해 택배기사 사망 사고가 8건 발생하자 이낙연 민주당 대표까지 나서 입법을 촉구했다. 전국택배연대노조도 택배기사 처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에 입법을 반기고 있다.
화물업계는 “제정안이 시행되면 운송업계가 고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택배사업이 등록제로 운영되면 화물차가 과잉 공급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화물운송업은 그동안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통해 관리됐다. 이 법에 따라 화물운송업자는 정부 허가를 받고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을 받았다. 번호판 공급은 2004년 이후 15년간 동결됐다. 개인택시와 같은 총량제 구조다.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은 2000만~3000만원에 거래된다. 제정안은 이 중 택배사업만 따로 등록제로 운영한다.
화물차운송사업회 관계자는 “택배차 수가 늘면 택배기사가 일반 화물까지 운송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제정안이 택배화물차의 일반 화물 운송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반 물류와 생활 물류의 구분이 불가능해 이 기준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택배노조는 “화물업계 우려와 달리 영업용 화물차와 택배차가 나를 수 있는 물품이 다르기 때문에 영업권 침범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제정안에 담긴 등록제는 기존 택배사업자 승인 과정과 비교해 절차상 차이가 없어서 택배사업자가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타다 사태’처럼 기술 발전에 따른 플랫폼 노동자에 관한 문제여서 노동법 등 전반적인 분야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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