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클로드 융커 전 EU 집행위원장(사진)은 1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개막한 ‘글로벌인재포럼 2020’ 기조연설에서 “지난 2월 EU는 AI 백서를 발간하고 AI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며 이같이 소개했다. ‘유럽 최장수’ 총리로 통하는 그는 1995년부터 2013년까지 19년간 룩셈부르크 총리를 지냈다. 2014년 11월부터 5년간 EU 이사회를 이끌며 회원국 간 갈등조정 역할을 했다.
융커 전 집행위원장은 이날 ‘모두를 위한 AI 시대:유럽의 대응전략’이란 주제의 연설에서 유럽의 AI산업 발전 수준에 대해 “솔직히 중국과 미국에 비해 떨어진다”고 털어놨다. 그가 유럽의 AI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안으로 꼽은 건 ‘교육’이다. 융커 전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유일한 자원인 젊은이들이 디지털화와 관련한 훈련을 잘 받을 수 있도록 교육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AI를 잘 아는 강력한 유럽의 경제 주체들을 키우기 위해 EU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서 발간 이후 논의되고 있는 AI 관련 규제 수준과 관련해선 “지나치게 강하지 않으면서 중소기업의 AI 사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조연설 이후 이어진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무부 장관)과의 대담에선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EU의 역할과 미·중 무역분쟁 등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융커 전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상황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확산으로 심각한 지정학·경제적·사회학적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EU는 공중보건에 대한 제도적인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며 “최근 독일과 미국에서 상당한 수준의 효능을 가진 백신이 개발됐다는 소식이 있어 ‘희망의 빛’이 보인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관련해선 “유럽 국가들이 환영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융커 전 집행위원장은 2018년 7월 진행했던 항공기 관세 협상을 예로 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설명했다. 그는 “비행기에 신규 관세가 부과되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결국 에어버스(유럽 항공기 제조사)와 보잉(미국 항공기 제조사)에 각각 관세를 주고받는 상황이 됐다”며 “EU와 미국은 교역에서 상당한 마찰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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