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피하자"…직원 300명 中企 '회사 쪼개기' 속출

입력 2020-11-11 17:29   수정 2020-11-19 15:17

경남 거제에 있는 한 대기업 협력업체 K사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앞두고 최근 공정을 나눠 회사를 50인 미만의 8개 법인으로 쪼갰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계도기간이 올해 말로 끝나면서 현재의 기업 형태로는 고객사의 주문을 소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년부터 주 52시간제를 위반하면 단속과 처벌이 이뤄지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회사를 쪼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주 52시간제 본격 시행을 앞둔 300인 미만 중소기업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노동집약적 근무 형태가 일반적인 중소업체들은 이를 지키기 어려운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1년간 주어진 계도기간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상당수 중소기업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감 확보에 급급했다”며 “인력 확대 등 주 52시간제에 대비할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가 최근 중소제조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5.8%의 기업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주 52시간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답했다.

주 52시간제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선 2018년 7월 시행됐다. 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50인 이상)은 올해 1월부터 도입됐지만 1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내년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도 주 52시간제를 위반한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형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획일적인 주 52시간제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선/안대규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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