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은 경제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제도 개선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건 성장이론의 기본 명제다. 자원의 이용과 생산성은 제도적 환경, 정책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뉴노멀’에 맞춘 규제 개혁에 나서는 배경이기도 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지난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141개 국가 중 1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세부항목인 ‘정부 규제가 기업 활동에 초래하는 부담’ 부문에선 67위로 중위권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20 한국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규제 수준은 OECD 35개 회원국 중 5위다. 한국의 규제 장벽이 세계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규제 환경은 거꾸로 가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법안들이 등장하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상법 일부 개정안·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기업들의 경영권에 위협으로 등장했다.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집단소송법 제정안은 대기업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송 대응력이 취약한 중소·벤처기업에도 막대한 소송비용 부담을 예고하고 있다.
규제는 권력의 본능에 가깝다. 권위에 의존하는 가부장적 국가일수록 애당초 주어진 범위를 넘어 스스로 권력 크기를 팽창시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인류적 재앙인 코로나 사태는 이런 권력 본능이 활개 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 폭주를 막기 위해선 유명무실한 ‘규제비용 총량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규제를 추가하면 그만큼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총량을 일정 수준으로 묶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식이다. 그래야만 코로나 사태로 부풀 대로 부풀어오른 권력의 규제 본능에 재갈을 물릴 수 있다.
yooby@hankuy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