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서울고등검찰청 감찰부가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를 ‘한동훈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라고 대검찰청 감찰부에 지시했다.
12일 법무부에 따르면 추 장관은 지난 5일 대검 감찰부에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 그러면서 “대검의 진상확인 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정 차장검사의 직무집행 정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 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재직하며 ‘채널A 강요미수 의혹’을 수사하던 지난 7월, 관련 의혹의 피의자인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USIM) 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한 검사장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 서울고검에 정 차장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수사해 달라며 고소장과 감찰 요청서를 냈다. 하지만 이후 단행된 검찰 고위급 간부 인사에서 정 차장검사는 부장검사에서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정 차장검사를 감찰 및 수사하던 서울고검 감찰부는 소속 검사 6명 중 5명이 지방으로 발령받는 등 사실상 와해됐다. 검찰 안팎에선 ‘정진웅 구하기’를 위한 인사이동이었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하지만 지난 8월 새로 부임한 명점식 서울고검 감찰부장이 지난달 끝내 정 차장검사를 재판에 넘겼다.
대검은 이를 바탕으로 최근 추 장관에게 정 차장검사의 직무집행 정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추 장관은 해당 기소가 적절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 장관은 이날 “최근 서울고검 감찰부의 채널A 사건 정 차장검사에 대한 독직폭행 혐의 기소 과정에서 주임검사를 배제하고 윗선에서 기소를 강행했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됐다”고 밝혔다.
대검 감찰부의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정 차장검사를 기소한 서울고검 감찰부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보복 감찰’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추 장관의 이번 진상조사 지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할 가능성도 높다. 추 장관은 이날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정 차장검사 직무집행 정지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대검 감찰부장이 공식적으로 이의제기를 하고 결재에서 배제되는 등 그 절차상 심각한 문제점이 제기됐다”며 윤 총장을 겨냥해 발언했다.
다만 검사징계법에는 검찰총장이 어느 검사가 직무 집행을 계속하는 것이 현저하게 부적절하다고 인정할 경우, 법무부 장관에게 그 검사에 대해 직무 집행을 정지하도록 명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검 감찰부장도 총장의 참모고, 직무집행 요청 권한은 법에 총장의 권한으로 규정돼 있어 (윤 총장의 직무정지 요청에) 절차상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추 장관은 이날 “한동훈 검사장 사례와 같이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영국 등 외국 입법례를 참조해 법원의 명령 등 일정요건 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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