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원양 국적선사 HMM(옛 현대상선)이 새 컨테이너선 3척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선박 부족과 해상 운임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수출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5년 내 HMM의 선복량(적재량)을 30% 이상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해운·조선업계와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HMM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내년 6월말까지 인도 받기로 한 1만6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8척 중 3척을 연초에 받아 주요 항로에 투입할 계획이다. 선박 인도 대금은 금융리스와 산업은행 등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배 건조는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계약 조건만 맞으면 조기 인도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MM은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의 다른 선사들과 선박을 투입할 노선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HMM은 삼성SDS 판토스 등 물류기업들의 요구에 예정됐던 정기 서비스까지 취소하며 지난 8~10월 북미 서안 항로에 컨테이너선 4척을 임시 투입했다. 하지만 기존 보유 선박만으로는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HMM은 1만6000TEU급 선박에 싣기 위한 새 컨테이너 박스도 최근 발주했다. 총 2290억원을 들여 드라이(일반 철제) 컨테이너 박스 4만3000대, 리퍼(냉동·냉장) 컨테이너 박스 1200대 등 총 4만4200대를 구입하기로 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통상 컨테이너를 발주하면 받는 데까지 한 달 정도 걸린다”며 “최근 주문이 밀려 있어 배를 빨리 받더라도 컨테이너 인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는 HMM이 컨테이너선 보유량을 더 늘리도록 할 계획이다. 내년 1만6000TEU급 8척을 인도 받으면 HMM의 선복량은 85만TEU로 늘어난다. 해양수산부는 금융지원 등을 통해 이를 2025년 112만TEU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계획이 실행되면 국내 해운업체들의 선복량은 2017년 2월 한진해운 파산 직전 수준(105만TEU)을 넘어서게 된다.
새 컨테이너선 발주는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도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수부는 2022년까지 해운사·조선사·공공기관 등이 참여하는 선주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자금이 부족한 선사들에게 배를 빌려주는 역할을 한다.
최만수/성수영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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