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낳고 한 달, 둘째 낳고 6주 만에 출근했어요. 출산과 양육하던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날마다 울면서 버둥버둥 일과 가정에 매달려 10년을 다녔죠. 돌아보니 그 시기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더라고요.”
황유경 녹십자랩셀 전무의 말에 객석에선 위로와 격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황 전무는 ‘바이오 회사에서 여성 임원으로 성장하기’란 주제강연을 통해 “워킹맘으로서 일·가정 양립이 쉽지 않겠지만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야 끝까지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경기 성남 차바이오컴플렉스 지하 1층 강당에선 ‘위민앳BT(WOMEN@BT)’ 행사가 열렸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가 주최한 이 행사는 국내 바이오 회사의 여성 임원들이 여성 중간관리자에게 멘토링을 하는 행사다. 지난해 정보기술(IT) 분야에 이어 두 번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녹십자 등에 근무하는 여성 임원 14명이 멘토로 참석해 현직 후배 60여 명을 대상으로 특강과 조별 멘토링을 했다.
오후 6시부터 세 시간 동안 진행된 멘토링은 앞선 세대가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해주는 ‘바통터치’의 시간이었다. ‘인사 베테랑’ 오경아 한국로슈 상무는 “26년간 인사업무를 하면서 본 좋은 리더는 동료와 함께 성장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었다”며 “그들은 도전의 기회가 왔을 때 시도하는 용기도 갖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사부는 기회가 왔을 때 결과에 상관없이 도전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이경아 차의과대 의생명학과장은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을 읊으면서 “오늘도 직장에서 벼락과 천둥을 맞은 분 계시죠? 다 지나갈 거예요. 묵묵히 주어진 길을 가다 보면 결국에는 길이 열립니다”며 참석한 후배들을 응원했다.
2부 질의 응답시간엔 ‘워킹맘’들의 고민이 쏟아졌다. ‘효율적인 팀원 관리법이 있는가’란 질문에 박명희 한미약품 전무는 “지금의 중간관리자는 밀레니얼 세대와 선배 사이에 ‘낀세대’일 것”이라며 “소통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으면 나중에 훌륭한 임원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코로나 시대 생존법에 대한 답변도 나왔다. 서동순 샘표식품 상무는 “모든 기업은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가를 묻는다”며 “지금 하는 일을 즐기고 몰입하는 게 최고의 코로나 생존 비결”이라고 했다. 양은영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도 “지금 하는 일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파고들었더니 뜻밖의 해결책과 기회가 왔다”고 답변했다. 1990년대 중반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미엽 종근당 이사는 “당시 여직원은 대부분 대리에서 커리어를 접어야 했다”며 “저는 산 정상에 오르는 게 목표가 아니라 천천히 옆을 돌아보면서 올랐더니 지금까지 온 것 같다”며 임원이 된 비결을 이야기했다.
행사를 기획한 안혜연 WISET 소장은 “바이오 분야 중간 재직자들이 여성 리더로 성장할 때까지 멘토링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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