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 강화라는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 한국 정부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과 한·미 협력의 중요성을 두 차례나 강조하며 이 지역 안정을 위협하는 국가로 꼽는 중국 견제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일본, 호주 정상과의 통화에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해온 구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미국 일본 호주 인도를 쿼드(4각 동맹)로 묶고 여기에 한국 등을 포함해 ‘쿼드 플러스’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행정부가 밀어온 쿼드나 쿼드 플러스를 그대로 추진할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과 민주당도 중국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만큼 명칭은 달라지더라도 쿼드나 쿼드 플러스와 비슷한 형태의 중국 압박 전략을 쓸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에 집권하면 민주주의 국가들로 구성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바이든의 대외전략은 다자주의·자유민주주의·동맹 등 세 가지로 이를 묶어 반중 전선으로 가려 한다”며 “한국은 세 가지 모두에 포함되는 핵심 국가”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북한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보다 낮은 단계로 언급한 것”이라며 “북한 문제가 워낙 복잡하고 민감한 데다 바이든 캠프에서 아직 대북 정책 방향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당분간 미·북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달 대선 2차 TV토론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폭력배(thug)”로 부르며 “북한이 핵 능력 축소에 동의할 경우”에만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관련 협력도 약속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이 한국과 같이 대응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지금부터 신행정부 출범 시까지 코로나19 억제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만나기로 했다. 강 대변인은 “양측은 취임 이후 가능한 조속히 만나 직접 대화하는 기회를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 앞서 미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차기 군 통수권자로서의 행보를 한 것이지만 마침 한국전 기념비를 찾았다는 점에서 한·미 동맹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이 첫 외부 일정으로 필라델피아 한국전 기념비에 헌화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당선인의 높은 관심과 의지에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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