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가장 힘을 쏟는 경제 정책은 '소비 살리기'다. 한국 경제의 '기둥'인 수출이 최근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세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재확산으로 회복흐름이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투자는 기업이 결단하는 건데, 경영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정부 정책으로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기댈 곳은 소비밖에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정책 효과가 큰 소비를 중심으로 연말 국내 경기를 개선시켜야 내년 '경제 V자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실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9월 14일(수도권 2.5단계 → 2단계), 지난달 12일(전국 2단계 → 1단계)에 잇따라 완화했다. 10월부터 8대 소비할인 쿠폰 사업을 재개하고, 지난 1일부터 대규모 할인 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진행하는 것도 소비 살리기 노력의 일환이다. 기재부가 '관광비행'에 면세품 구입을 허용하기로 한 것도 정부의 '안간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관광비행은 해외 착륙 없이 비행기로만 관광을 즐기는 상품이다. 그간 '면세 혜택은 해외에서 사용할 물건에 대해 해주는 것'이라는 원칙으로 면세 혜택 확대에 소극적이었던 정부 태도를 생각하면 전향적인 변화다.
문제는 기대만큼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소매판매액 전월 대비 증감률을 보면 7월 -6.0%에서 8월 3.0%로 반등했으나 9월 1.7%로 증가율이 꺾였다. 10월 지표도 애매하다. 13일 기재부가 공개한 10월 소비 지표 속보치를 보면 전년 동월 대비 백화점 매출액 증감률은 9월 -4.1%에서 10월 2.4%로 상승했다. 대형마트 등 할인점도 9월 2.1%에서 10월 2.8%로 개선됐다.
하지만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지난달 0.4% 감소했다. 9월 19.3% 큰 폭 증가했던 데서 급락한 것이다. 자동차 판매 호조의 원동력이었던 '신차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카드(신용·체크카드) 승인액도 9월 6.4% 늘었지만 10월엔 증가율이 5.2%로 떨어졌다. 지난달엔 거리두기 조치가 1단계로 완화됐기 때문에 정부는 10월 소비 지표가 많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대로면 이달말 발표될 통계청 소매판매 지표도 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들어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지난달 두자릿수로 내려왔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이달 들어 세자릿수를 기록하는 날이 많아졌다.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6일 연속 100명 이상이다. 12일엔 191명까지 늘어 200명대에 육박했다. 이 때문에 거리두기 단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이 소비에 악영향을 줄까 걱정"이라면서도 "경제 회복을 위해서도 방역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필요하면 거리두기 단계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역을 철저히 하는 가운데서도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추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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