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벤처 사업화하면 2년간 세전이익 5%를 최대 5억원까지 성과급으로 지급."
신한카드가 4년 전 고민 끝에 꺼내든 인센티브 제도다. 신한카드는 인큐베이팅 기간동안 팀별로 각종 비용을 1억원까지 주고, 매월 운영경비도 따로 제공한다. 사실상 사업에 드는 비용을 대부분 대주고 있다는 얘기다.
인큐베이팅 기간동안에는 기존 업무도 그만두고 별도 공간에서 일한다. 최소 B+ 이상의 인사평가도 보장된다. 인큐베이팅에서 그치지 않고 분사하면 별도 지원금에 지분투자를 더해줄 예정이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인큐베이팅을 진행 중인 사내벤처는 3개팀이고, 분사한 경우까지 합해 총 16개팀을 육성하고 있다.
카드업계가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내 벤처 뿐 아니라 외부 스타트업에도 전략적 지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장기적으로 수익원을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 신기술금융자산은 지난달말 기준 263억1000만원으로 지난해 9월 213억4400만원보다 23.2% 증가했다. 2018년(140억560만원)에 비해서는 두 배 가깝게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차익을 얻으려는 재무적 투자보다는 가맹점수수료의 수익성이 크게 줄었고 중금리시장도 레드오션으로 접어들면서 다른 먹거리를 찾으려는 전략적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카드업계는 가맹점수수료 인하 때문에 수익성에 타격이 컸다. 카드업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신한카드의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2018년 8.59%에서 지난해 7.35%까지 줄었다가 지난 6월 8.44%로 회복했다.
다른 카드사들의 ROE 추이도 비슷하다. 롯데카드는 같은 기간 2.46%에서 0.57%로 급감한 후 1.41%로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일회적인 성격이 크다"며 "카드 소비가 줄면서 마케팅 비용 지출이 줄어든데다 대손충당금을 지난해보다 적게 쌓은데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인한 신용판매의 수익성 하락을 장기적으로 피해가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신기술 투자에 적극적인 곳은 신한카드와 현대카드다. 각각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입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9월 38억6100만원에서 지난달 70억여원으로 신기술금융자산을 늘렸다. 직접투자액과 간접투자액(신기술조합 출자액) 비중은 4대 1이다. 최근 들어서는 블록체인·빅데이터·아이폰 터치결제 관련 기술 스타트업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카드도 2017년부터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퓨처나인을 통해 41개 기업을 선정해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지원업체만 4년에 걸쳐 1732개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사들은 사내벤처에도 미래를 걸고 있다. 신한카드 내부에서도 대출중개, 외국인신용평가, 취미생활플랫폼, 가맹점데이터사업, 동호회플랫폼 등 총 6개 사내벤처가 사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달말께 사내벤처 투자에 대한 내부규정을 신설했다.
업계 관계자는 "직접투자로 하는 것이 간접투자 방식보다 안전하고 스타트업을 육성하라는 정부정책에도 맞다는 판단"이라며 "카드사들이 스타트업 투자 비중을 늘리면 투자운용인력에 대한 쟁탈전도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카드의 신기술투자 증가세도 가파르다. 현대카드의 신기술금융자산은 지난해 9월 99억6800만원에서 지난달말 15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전액 DSC드림×청년창업펀드에 대한 출자금이다. 이 펀드는 약정 총액의 60% 이상을 청년창업기업에 투자하는 신기술투자조합이다. 스타트업 벤처캐피탈인 DSC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고 있다. 이 펀드는 2018년 카카오게임즈에 투자하기도 했다.
삼성카드는 2018년 삼성 계열사인 삼성벤처투자의 신기술투자조합에 150억원을 출자했다. 롯데카드도 30억원을 롯데엑셀러레이터를 통해 투자한 상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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