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상법개정안에 포함된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상장사 주식 0.01%를 보유한 주주는 해당 상장사의 자회사뿐 아니라 손자회사의 임원까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독일 등에서는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하지 않는 데다 일본과 비교해도 기준이 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4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상법개정안에 따르면 다중대표소송제를 '(모회사의 주주가)자회사의 이사가 자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자회사의 이사(임원)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고 정의했다. 정부는 상장사의 경우 지분 0.01%(비상장사 1%) 이상 보유 주주가 자회사 이사에게 소송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통상 자회사는 모회사가 주식을 보유한 회사를 의미한다. 상법에는 모회사가 50% 초과 지분 가진 회사를 자회사로 본다. 하지만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의 상법에서 규정하는 자회사 범위는 굉장히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자회사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 342조의2 3항에 따르면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주식을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는 이 법의 적용에 있어 그 모회사의 자회사로 본다'고 돼 있다. 이는 자회사의 자회사 즉, 손자회사까지 자회사에 포함된다는 의미다.
예컨대 A사가 B사의 주식을 50% 초과해 가지고 있으면 B는 A의 자회사다. 이때 B가 C의 주식을 50% 초과해 보유하고 있다면, A가 C의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지 않아도 상법상 C는 A의 자회사가 된다.
이 기준을 토대로 97개 계열사(6월 기준)를 거느리고 있는 카카오에 적용해봤다.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카카오 주식을 0.01% 이상 들고 있는 주주는 카카오벤처스,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18개 자회사뿐 아니라 카카오페이증권, 키즈노트, 케이벤처그룹 등 36개 손자회사 임원에게 소송을 걸 수 있게 된다. 전체 계열사 가운데 55.6%(54개사)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본의 경우 상장사 지분 1%를 가져야 자회사에 소송을 걸 수 있다. 또 조건이 있다. 일본은 모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 데다 자회사 주식의 장부가액이 모회사 자산액의 20%를 초과하는 자회사만 소송을 걸 수 있다.
일본의 기준으로 카카오에 적용하면 카카오 주주가 다중대표소송을 걸 수 있는 계열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미국 판례 및 일본 입법례를 고려해도 한국의 '자회사'라는 기준은 논리적 근거나 합리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코스닥협회는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소송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시가총액 3000억원 미만인 기업이 84% 차지하는 코스닥 시장 상장기업들은 최소 200여만원 상당 주식만 보유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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