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장기 침체와 미분양 아파트 누적으로 작년 말까지 내림세였던 경남 창원 집값이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신축 아파트 전용 84㎡ 매매가가 작년 말 대비 2억~3억원씩 올라 10억원대를 넘보고 있다.
조선업체들의 잇단 수주 소식으로 지역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 입주 물량이 작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영향도 있다. 다만 여전히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고 일부 단지로 매수세가 쏠린 만큼 추격 매수에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인근 ‘용지아이파크’도 전용 84㎡가 지난달 말 9억4800만원에 매매됐다. 작년 12월엔 7억3000만원에 거래됐던 주택형으로 올 들어 2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용호동 D공인 관계자는 “용지공원 근처 단지들은 창원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다”며 “지난달부터 매수세가 붙으면서 하루에도 1000만~2000만원씩 호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 집값 추이는 조선업황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조선업이 본격적인 침체기를 맞은 2015년부터 창원 집값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창원 아파트 매매가는 2015년 12월부터 작년 10월까지 무려 3년8개월간 하향곡선을 그렸다. 4년 가까이 집값이 플러스로 돌아선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보합(0%)을 나타낸 것도 3주뿐이었다.
조선업계에서 잇단 수주 소식이 들려오자 창원 집값은 꿈틀대기 시작했다. 창원 아파트 가격이 상승 전환한 작년 10월은 한국 조선업계가 세계 발주 물량의 80% 이상을 따내면서 수주액과 수주 물량 모두 중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한 때다.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한 올 하반기도 마찬가지다. 한국 조선업은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수주 1위를 차지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입주 물량 감소 등 시장 환경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작년 말 서울과 수도권에 각종 규제가 집중되면서 비규제 지역인 지방 부동산 시장에 매수세가 몰렸다. 특히 창원은 입주 물량도 크게 줄어 집값 상승 여건이 조성됐다. 창원의 신규 입주 물량은 2018년 1만3000여 가구, 2019년 1만여 가구에서 올해 3400여 가구로 감소했다. 내년엔 입주 물량이 564가구에 불과하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보유세 인상으로 지방에서도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창원은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외지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매수세가 핵심 지역·단지에 쏠려 있고 단기간 집값이 급등한 만큼 추격 매수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2016년 10월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창원은 여전히 미분양 물량이 4171가구(9월 기준)에 달한다. 경남지역 전체 미분양 물량(8163가구)의 절반에 해당한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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