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이 피의자의 스마트폰 비밀번호를 강제로 해제할 수 있는 법안(일명 ‘한동훈 방지법’) 제정 검토를 지시한 것에 대해 후폭풍이 거세다. 야당은 “인권유린이자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공세를 퍼부었고, 진보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마저 13일 법안 철회와 추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추 장관은 법안 추진 의사를 굽히지 않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2일 추 장관이 롤모델로 언급한 영국의 ‘수사권한 규제법(RIPA)’도 인권침해 논란이 잇따르고 있는 법안이다. 테러 예방 등을 이유로 수사기관에 휴대폰 비밀번호 해제 강제 청구 권한뿐 아니라, 시민 본인의 동의 없이도 이메일과 통신 기록 등을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을 광범위하게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후 언론인에 대한 무분별한 감청이 이뤄진 바 있어 영국 내에서도 ‘빅브러더’ 비판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의자가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식의 비협조로 수사가 난항을 겪는 경우도 많고, 특히 2022년부터 검사가 작성하는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되면 디지털 증거 확보 수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긴 할 것”이라며 “그래도 수사기관의 편의를 위해 방어권이란 핵심 가치를 무너뜨릴 순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피의자의 휴대폰을 통째로 압수해 들여다보는 등 지금도 정보인권 침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검사장은 이날 추 장관에 대해 “보복을 위해 헌법의 근간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권과 진보단체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민변은 이날 법안 제정 검토를 즉각 철회할 것과 추 장관이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의 반인권적 수사 관행을 감시·견제해야 할 법무부가 개별사건을 거론하며 이런 입법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영국에서도 안보 범죄예방 공공복리에 필요한 때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암호해독명령 허가를 인정한다”며 “추 장관은 국민 앞에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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