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내년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까지 강제징용 피해자와 관련한 소송 문제를 더 악화하지 않도록 봉합하면 한일관계가 개선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14일 오전 도쿄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 언론 도쿄특파원단과 조찬 간담회에서 "징용공 문제와 관련해 양국 외교당국이 모든 대안을 토의했으니 이제 정치지도자가 선택하고 결단할 일만 남았다"며 "지금은 양국 국민감정이 악화돼 정치지도자가 결단을 내리기 비우호적인 여건이니 먼저 교류·협력을 확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가급적이면 모든 현안을 일괄적으로 타결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것이 안된다면 징용공 문제는 현 상태에서 더 악화하지 않도록 봉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피고기업의 자산 현금화를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도쿄올림픽까지 (징용공 문제의) 봉합이 유지되면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과 같은 문제를 일괄 타결하면서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피고기업의 자산매각 절차에 대해 "여러가지 기술적인 이유로도 단기간에 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의 매각 절차가 내년 7월 올림픽 이전까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냐'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내가 뭐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조찬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의원도 "김 의원의 개인적인 견해"라며 "일본 측과 논의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회장은 이번 방일 성과에 대해 "한일관계가 어려울 때마다 양국 관계개선에 버팀목이 됐던 양국 의원연맹이 주도적으로 여건 조성을 위해 다양한 교류·협력을 펼쳐나가자고 제안했고 일본측 파트너인 일한의원연맹도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전날 스가 요시히데 총리 면담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했고 스가 총리는 "그 점에 대해서는 고맙고,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스가 총리는 "한국이 징용공 문제에 대해서는 진전된 입장을 제시해 줬으면 좋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그럴수록 양국 정상들이 가급적 이른 시간에 만나 허심탄회하게 모든 문제를 다 털어놓고 소통하고 결단할 필요가 있다는 당부 말씀을 (스가 총리에게) 드렸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등 경제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일의원연맹 소속 여야 국회의원 7명은 한일 관계 개선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진표, 윤호중, 전혜숙, 김한정 의원이 국민의 힘에서는 이채익, 김석기, 성일종 의원이 참가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