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CJ제일제당 등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光棍節)’에서 최대 실적을 올렸다. 삼양식품과 CJ제일제당의 광군제 기간 매출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삼양식품의 히트상품 ‘불닭볶음면’은 중국 전자상거래(e커머스) 채널 징둥닷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 라면 1위에 올랐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서 만두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 중국의 미래 소비층인 10~30대와 적극 소통한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도 광군제 기간 중국에서 5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23억원의 2.3배에 이르는 규모다. 비비고 만두, 국물요리, 죽, 햇반컵반 등 가정간편식(HMR) 제품의 인기가 높았다.
비비고 김치찌개의 징둥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0% 늘었다. 김치왕교자 매출은 190% 증가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중국 현지 소비자를 겨냥한 ‘비비고 왕교자 옥수수맛’의 인기가 높았다면 올해는 김치왕교자가 잘 팔렸다”며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적인 맛에 열광하고 있다는 게 지난해 광군제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광군제를 앞두고 지난 5일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최대 무역행사인 ‘국제수입박람회’에 참가했다. 행사장에 주요 방송사와 라이브 커머스업체들을 초청해 방송 진행자들이 불닭볶음면을 직접 시식하도록 했다. e커머스 채널 타오바오 라이브 방송에선 ‘세계에서 가장 매운 라면’으로 소개해 중국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중국인들이 스마트폰 QR코드를 통한 결제에 익숙하다는 점을 활용해 QR코드 추첨 행사도 함께 진행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광군제 한정판 불닭볶음면 패키지를 출시하고, 온라인 전용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최대 매출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라면시장 1위인 농심의 광군제 매출은 1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0%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 현지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높은 농심이 10~30대 미래 소비자들과 소통에 실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광군제 때는 단 하루만 행사를 했지만 올해는 열흘간 사전예약 기간이 생겨 판매 기간이 늘어난 점도 실적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비대면 시대 온라인 마케팅에 주력한 기업들이 과실을 따갔다”고 말했다.
박종필/김보라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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