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등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
FCA와 PSA가 손을 잡았다. 산하 브랜드만 16개로 구성돼 연간 870만대 규모의 글로벌 4위 자동차 기업이 탄생한 셈이다. 소속 브랜드를 살펴보면 고성능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알파로메오, DS 및 닷지 그리고 디자인과 실용성이 강점인 푸조, 시트로엥, 크라이슬러, 오펠, 복스홀, 란치아 등이다. 이외 SUV는 짚과 램(RAM)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페라리와 마세라티 또한 여전히 연결돼 있다. 물론 합병은 했지만 개별 브랜드의 정체성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당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하지만 둘이 손 잡은 이유를 들여다보면 결국 미래 지향적 선택이다. 지금의 규모와 행보로는 미래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5개국 네트워크의 구성
합병 회사의 이름은 '스텔란티스(Stellantis)'다. '별이 반짝인다'는 라틴어 '스텔로(Stello)'가 어원이며 지지 않는 별처럼 지속 가능한 차세대 모빌리티 기업 정신을 담아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합쳐 놓은 결과로 규모가 4위에 달하지만 사실 개별 브랜드만 보면 덩치는 크지 않다. 따라서 개별 기업 및 국가로 들어가면 규모 면에서 제조, 판매, 모빌리티 사업의 주도권을 가지기 쉽지 않은 구조다. 반면 '스텔란티스'라는 우산 아래에 모이면 미국(크라이슬러, 닷지, 램, 짚), 프랑스(푸조, 시트로엥, DS), 영국(복스홀), 이탈리아(피아트, 란치아, 아바스), 독일(오펠) 등에 거점이 생겨 독자적인 모빌리티 네트워크 사업망을 구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텔란티스가 카셰어링 사업에 진출했을 때 미국 내 크라이슬러 카셰어링 가입자라면 유럽에서 피아트, 푸조, 시트로엥, 오펠 및 복스홀 제품을 통해 개별 국가에서 동일한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유럽에 소재한 브랜드는 아직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곳도 많아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진입 기회도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미국 내 크라이슬러 판매망에 푸조, 시트로엥, 피아트 등의 제품을 투입하면 되기 때문이다.
-미래 이동 수단, 개발비 절감이 절실
하지만 무엇보다 스텔란티스가 가장 기대하는 부문은 개발비의 대폭 절감이다. 그리고 의지는 지난해 3월 한국을 방문했던 장 필립 임팔라토 푸조 브랜드 총괄의 말을 통해서도 짐작된 바 있다. 그는 "글로벌 시장의 규제가 각기 다른 상황에서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모두 준비하는 게 중요한데, 여기에 자율주행이 더해질 때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내연기관을 BEV로 바꿀 때 비용이 추가되고 자율주행 4단계와 5단계를 결합하면 이동 수단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며 "기술적으로는 (자율주행 등이) 가능하지만 비싼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용 문제가 핵심 이슈"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결국 미래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려면 구매자 소득이 빠르게 늘지 않는 한 모빌리티 제조 및 서비스 부문의 비용 감축 과제가 중요한 점을 역설한 셈이다. 따라서 양사 통합의 근본적인 배경은 미래 기술 개발 비용의 감소와 국가별 시장 연결에 모아져 있다.
-모빌리티 사업, 당장 수익 어려워
그런데 이런 고민은 스텔란티스만 하는 게 아니다. 규모 면에서 앞서 있는 GM, 토요타, 폭스바겐그룹 등도 일찌감치 모빌리티 사업에 착수했지만 수익이 없어 일부 사업은 정리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GM은 미국 내 승차공유 사업을 축소했고 캐딜락은 구독 서비스를 중단했다. 반면 배터리 기반의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중이다. 국내 현대기아차도 승차공유,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전기차 부문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지만 역시 수익은 아직이다. 물론 훗날을 위한 모빌리티 기초 체력을 쌓는 차원에서 2025년까지 20조원을 쏟아붓겠다는 방침은 변함없지만 최근 내부적으로 '수익'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기 시작한 점에 비춰 고민이 필요할 때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따라서 스텔란티스의 출범은 향후 자동차기업 간 미래 기술 원가 절감 경쟁 및 시장 다양화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누가 먼저 미래 모빌리티의 이용 또는 구매를 부담 없는 수준까지 낮추느냐의 싸움이고 이는 곧 시장 선점으로 연결돼서다. 이를 위해 GM, 토요타, 폭스바겐그룹 및 현대기아차 등은 IT 및 다양한 전문 파트너와 협업 가능성을 높였지만 FCA와 PSA는 자동차 기업이 힘을 합쳐 여러 국가에 모빌리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 모빌리티 부문이 그야말로 본격적인 예비 경쟁의 길로 들어선 셈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 현대차의 유투버 고소, 어떻게 봐야 할까
▶ [언택트 人터뷰]자동차, 다음 트렌드는 '보안'이다
▶ [하이빔]아반떼가 만만해?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