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으로 몰려드는 글로벌 금융사들…규제풀어 화답하는 중국

입력 2020-11-16 12:00   수정 2020-11-16 13:14


미국과 유럽 금융회사들의 중국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금융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시도다. 내수 중심의 '쌍순환' 경제 발전 전략을 채택한 중국은 해외 자금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문호를 지속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 속속 진출
16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AB)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독자 자산운용사 설립 허가를 신청했다. AB는 지난 6월말 기준 운용자산 6000억달러(약 660조원)에 이르는 거대 운용사다.

중국은 지난 8월 외국인이 지분 과반수 이상을 보유하는 첫 자산운용사 허가를 세계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이 주도한 합자사에 내줬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중국건설은행이 참여한 회사다. 이어 지난 9월에는 프랑스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가 중국은행(뱅크 오브 차이나)과 합작 설립하는 자산운용사의 지분 절반 이상을 확보했다.

씨티그룹은 지난 9월 미국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자산운용 면허를 취득했다.미국계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와 누버거버만도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한국의 한화자산운용은 지난달 사모 자산운용업 인가를 획득했다. 미래에셋에 이어 두번째 한국 운용사다. 현재 사모 자산운용업 허가를 받은 외국계 기업은 총 31곳이다.

증권, 보험 등 다른 분야에서의 외국 금융사 진출도 활발하다. 중감위에 따르면 올해 증권업 독자 운영 허가를 받았거나 설립을 추진 중인 외국 금융사는 JP모간을 비롯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이상 미국),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트스위스, HSBC, UBS(이상 유럽), 노무라, 다이와(이상 일본), DBS(싱가포르) 등 총 10곳에 달한다.

보험업에선 독일 알리안츠가 지난해 11월 외국계 보험사 최초로 중국에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사를 세웠다. 프랑스의 악사, 미국 시그나, 영국 스탠더드라이프애버딘도 중국 보험시장 진출을 진행 중이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비자, 마스터 등 카드사들도 독자 영업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으로 금융시장 키운다
중국은 외국인에 대한 금융시장 접근 규제를 차례로 풀고 있다. 이달 들어선 기존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QFII)와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RQFII) 제도를 일원화하고, 투자 가능 자산도 기존의 상장주식, 채권, 공모펀드에서 비상장주식, 사모펀드, 파생상품 등으로 확대했다.

지난 5월 QFII와 RQFII의 투자 한도를 없앤 데 이은 추가 개방이다. QFII는 달러 기준으로 투자 한도를 받는 외국 금융사를 RQFII는 위안화 기준으로 투자 한도를 받은 외국 금융사를 뜻한다.

올 1월에는 선물회사와 생명보험사, 4월에는 증권사와 공모 자산운용사의 외국인 지분 제한을 전면 폐지했다. 1978년 개혁개방에 나서면서 내걸었던 '외국인 지분 49% 제한' 규정을 금융업에서 40여년 만에 철폐한 것이다.

이같은 금융업 개방은 중국이 미국과 지난 1월 타결한 1차 무역합의에 포함돼 있다. 중국은 합의 이행 차원을 넘어 외국 금융사들이 해외 자본을 중국으로 대거 유입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폐막한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 회의(18차 5중전회)에서 내수 시장 강화를 14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의 주력 목표로 내걸었다. 자국 금융시장 활성화에 외국 자금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상하이 투자자문사 Z벤의 피터 알렉산더 대표는 “중국 정부는 개인투자자들이 변동성이 큰 개별 종목보다 선진 금융사들이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해 안정적으로 노후 자금을 확보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사회 안전망은 부족하다는 게 중국 공산당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라는 진단이다.

중국 국민의 투자 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윈드파이낸셜에 따르면 올해 자본시장에서 공모펀드가 신규 설정 수와 공모 금액에서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10월말까지 1100여개 공모펀드가 설정됐고 2조5300억위안(약 424조원)이 이 펀드들에 투자됐다. 지난해 연간 1036개, 1조4000억위안을 10개월 만에 경신했다.

부동산에 올인하던 중국 개인투자자들이 주식과 펀드 시장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가계 자산의 7%가 주식과 펀드에 투자되고 있다. 미국은 이 비율이 32%에 이른다. 중국 가계 자산의 70%는 부동산, 20%는 현금·예금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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