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지금처럼 계속 늘면 2~4주 안에 300~400명의 신규 환자가 나올 수 있다는 방역당국 진단이 나왔다. 중환자실 병상이 부족해지는 의료대란을 피하기 위해서도 식사·음주·회식 등을 자제해달라고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감염 재생산지수가 1.12로, 2~4주 후 300~400명 가까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염 재생산지수는 코로나19 환자 한 명이 감염시키는 환자수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15일 하루 223명 확인돼 9월1일(267명) 이후 75일 만에 가장 많았다. 13일 205명, 14일 208명 등 사흘 연속 200명을 넘겼다.
확진자 1명이 1.12명에게 퍼뜨리는 지금같은 확산세가 계속되면 평균 잠복기인 5일 뒤 예상 환자수는 250명이다. 10일 뒤 280명, 15일 뒤에는 314명으로 300명을 넘어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때는 중환자 입원 병상이 부족해질 위험이 크다. 정 청장은 "지금같은 양상이 1~2주 지속되면 (중환자 병상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 환자수는 병상여력 등을 감안해 정한 코로나19 거리두기 1단계 기준에 다다랐다. 지난 9~15일 하루 평균 환자는 99.4명이다. 이 지역 1단계 기준은 100명 미만이다. 방역당국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거리두기 격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강원도는 13.9명으로 기준치인 10명을 훌쩍 넘겼다.
활동이 왕성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규모 집단 감염이 늘고 있다는 것도 방역당국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젊은 층은 증상이 없거나 경증으로 지나가는 환자가 많다. 조용하고 광범위한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난 7~14일 1주일 간 확진자 중 40대 이하는 52.2%로, 50대 이상 환자가 많았던 한달 전과는 다른 분위기다. 경기 수원대 미술대학원(14명), 경북 청송 가족모임(19명), 충북 음성 기도원(10명), 전남 순천 음식점(6명) 등 전국 각지서 일상감염이 이어졌다.
방역당국은 그동안 숨겨졌던 젊은 환자가 검사 확대 등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정 청장은 "접촉자나 가족 간 집단발병 조사 등을 통해 젊은층이 더 많이 진단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젊은 층 검사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바이러스 생존 기간이 길어지는 데다 실내에 모이는 일이 늘어나는 겨울이 다가온 것도 방역당국에는 부담이다. 코로나19의 특성상 발열 환자만 가려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정 청장은 "열이 나지 않거나 늦게 나는 코로나19 환자도 있기 때문에 발열 감시만으로는 의심환자를 감별하기 어렵다"며 "발병 이틀 전부터 발병 첫날까지 전파력이 높은데 이 때는 열이 없고, 해열제를 먹으면 발열체크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마스크 벗는 시간과 상황을 줄이고 손을 잘 씻는 등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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