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선분양제, 분양가 상한제 등 현행 아파트 청약제도에 대한 대수술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날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도 “현 정권이 주택 사다리를 걷어찼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물론 야권 잠룡들까지 앞다퉈 부동산 정책을 향한 맹공에 나서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경기 과천 지식정보타운 모델하우스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전 청약제도를 없애지 않고선 투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아파트 후분양제 전환을 주장했다. 그는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결국은 시장 원리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폐지 필요성을 시사했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김 위원장 발언과 관련해 “분양가 상한제 혜택을 소수만 누리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현장에서 청약을 위해 모인 시민들의 고충을 들었다. 과천 지식정보타운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당첨만 되면 로또 1등 당첨금 이상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뜻에서 ‘로또 청약’으로 불리는 곳이다. 김 위원장이 직접 부동산 관련 현장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현 정부 정책의 ‘약한 고리’를 부동산으로 보고 공세를 집중하는 모양새다. 최근까지 집중했던 라임·옵티머스 사태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 의혹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되면서 ‘민생’으로 공격 포인트를 옮겨야 한다는 당내 의견이 많았다. 부동산 문제가 체감도 높은 경제 이슈인 데다 야권이 전통적으로 약한 수도권 유권자와 청년층을 잡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이 정부가 부동산 사회주의를 꿈꾸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징벌적 세금 등 규제 대못을 걷어내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이날 2022년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서 사무실 ‘희망22’를 연 유 전 의원이 택한 첫 화두도 ‘주택 사다리’였다. 그는 이날 사무실 개소식 차원의 ‘주택 문제 사다리를 복원하자’ 토론회를 열고 “대선에서 가장 큰 이슈는 ‘경제’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며 “첫 번째로 문재인 정권이 사다리를 걷어차고 끊어낸 주택 문제를 검토하려 한다”고 했다.
이날 유 의원 토론회엔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현역 의원 49명이 참석했다. 주 원내대표는 “(경제) 최고 전문가인 유 전 의원이 부동산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해 주면 많은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고,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대선을 보면 재수한 사람이 당선될 확률이 높다”며 “우리 당에서 재수한 사람은 한 명(유 전 의원)뿐인데 꼭 성공해서 (대선에) 합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야권 잠룡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청년과 신혼부부의 대출 상한을 90%까지 완화해 주는 주택 정책을 제안하고 나섰다. 원 지사가 제안한 정책 이름은 ‘처음주택’이다.
고은이/성상훈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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