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선수 최초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신인왕 임성재(22)가 또 한 번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명인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 데뷔전에서 공동 준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임성재는 16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GC(파72·7475야드)에서 열린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15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친 그는 동타를 친 캐머런 스미스(27·호주)와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우승을 차지한 더스틴 존슨(미국)과는 5타 차다. 임성재는 공동 2위 상금으로 101만2000달러(약 11억원)를 가져갔다.
마스터스는 1934년 초대 대회부터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만 대회를 열어왔다. 많이 쳐 본 선수가 유리하다. 이 때문에 첫 출전에 우승한 선수는 3명밖에 없다. 대회가 창설된 1934년에 호튼 스미스가 첫 번째, 이듬해 우승한 진 사라센이 두 번째다. 초대 챔피언 스미스는 당연히 그 대회가 데뷔전이었고 사라센도 대회 역사가 쌓이기 전인 2회 대회 때 우승했다. 둘을 빼면 1979년 우승한 퍼지 죌러가 사실상 데뷔전에서 우승한 첫 번째 선수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준우승이지만 임성재의 성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임성재는 “원래 예선 통과가 목표였다”며 “올해 마스터스에는 갤러리가 없어서 긴장을 덜 했다”고 돌아봤다.
임성재는 3라운드까지 16언더파를 쳐 단독 선두로 나선 존슨에게 4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했다. 존슨이 5번홀까지 1타를 잃는 사이 임성재는 2번홀(파5), 3번홀(파4) 연속 버디로 경기 초반 존슨을 1타 차로 압박하기도 했다. ‘상상’이 현실로 이뤄지는 게 아닌가라는 기대가 부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존슨이 ‘아멘 코너’의 끝인 13번홀(파5)부터 3연속 버디를 잡아내자 승부의 추가 급격히 기울었다. 존슨과 함께 13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한 임성재는 15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뒤로 한참 공이 넘어갔으나 이를 쇼트게임으로 만회해 버디로 연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은 홀에서 타수를 더 줄이지 못하면서 존슨의 독주를 지켜봐야 했다. 임성재와 스미스는 이후 단독 2위를 놓고 싸움을 벌였지만 둘 다 동타를 적어내며 준우승을 나눠가졌다. 스미스는 마스터스 대회 사상 최초로 나흘 내내 60대 타수(67-68-69-69)를 친 선수가 됐다. 임성재는 “존슨은 옆에서 보면 너무 골프를 쉽게 한다. 드라이버는 똑바로 보내고, 두 번째 샷도 항상 쇼트 아이언 느낌으로 친다”며 챔피언을 예우했다.
전문가들은 구질의 다양성을 확보하면 임성재의 향후 우승 확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마스터스 중계방송 해설을 맡은 고덕호 SBS골프 해설위원은 “주로 페이드를 치는 임성재 선수가 드로 구질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면 우승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라며 “드로 샷이 꼭 필요한 13번홀 같은 곳은 더 그렇다. 드로용과 페이드용 드라이버를 2개 들고 나와 우승까지 했던 필 미컬슨 등의 플레이를 참고해도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성재는 25위였던 남자골프 세계랭킹을 18위까지 끌어올렸다. 그가 20위 이내에 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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