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은 16.1%로 치솟았다. 2차 세계대전 마지막 해인 1945년 후 최고치다. 앨런 그린스펀 전 중앙은행(Fed) 의장은 최근 “가장 우려하는 건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이라고 했다.
미국 내에서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정치권이 코로나 대응을 위한 추가 부양책을 확정하지 못한 채 올여름부터 갑론을박만 벌여온 배경이다. 공화당은 부양책이 최대 5000억달러를 넘어선 안 된다는 방침이다. 만에 하나 또 다른 위기가 터지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기저에 깔려 있다. 민주당은 2조2000억달러는 돼야 한다고 맞선다. 일단 경기를 살려야 더 큰 세출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초겨울로 접어들면서 3차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조짐이 일고 있어서다. 부분적이나마 경제 재봉쇄가 현실화하면 재정 적자가 더 늘 수 있다. ‘코로나 이후’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재정이 취약해진 상태에서 금리가 상승하면 미국이라도 국가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7월 재정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미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급증한 재정 적자는 달러가치 하락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럼 수입 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 또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재정 적자는 미국만의 우려가 아니다. 한국의 올해 1~9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8조4000억원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57조원)의 두 배 규모다. 올해 국가 채무는 역대 최대인 847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한국이 미국, 일본과 달리 기축통화국이 아니란 점이다. 재정 적자와 채무가 동시에 늘면 반드시 상응 대가를 치러야 한다. ‘코로나 이후’ 증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는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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