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콜드체인株…'급속 냉각' 주의보

입력 2020-11-16 17:20   수정 2020-11-17 01:39

백신 운송에 필요한 ‘콜드체인’ 관련주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란 기대에 이를 운반할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종목은 지난 8월에도 급등락을 반복했던 만큼 단기 테마주 성격이 있어 투자자들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신바이오는 16일 2.56% 상승한 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의료용 초저온 냉동고와 동결건조기, 혈액 및 시약 냉장고를 만드는 기업이다. 영하 70도에서 보관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이 유통되면 수혜를 볼 기업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백신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지난 10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7월까지만 해도 2000원대에 머물던 일신바이오 주가는 8월 말 장중 1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드라이아이스를 생산하는 태경케미컬도 백신 소식이 전해진 9일 이후 4거래일 만에 주가가 72.26% 급등했다. 태경케미컬은 국내 1위 드라이아이스 공급 기업이다. 화이자 백신 후보물질 보관을 위한 콜드체인에 액체질소나 드라이아이스가 필수적이라는 평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화이자 백신 발표 이후 대한과학(23%), 투비소프트(25%) 주가도 올랐다. 대한과학은 초저온 의료용 냉동고를 생산하고 있고, 투비소프트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저온 물류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이슈가 터지면 주가가 급등했다가 이내 조정받으며 ‘롤러코스터’처럼 주가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 종목들은 8~9월 독감 백신 유통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단기간에 급등했다가 조정받았다. 일신바이오는 8월 한 달 만에 200% 이상 가파르게 올랐다가 5760원(10월 27일)으로 주가가 반토막 났다. 태경케미컬도 9월 7일 1만600원으로 고점을 찍고 두 달 만에 28%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백신 유통에 콜드체인이 필요할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0일 미카엘 돌스턴 화이자 최고과학책임자는 백신을 분말 형태로 유통할 수도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분말로 만들어 운반하면 냉동 유통이 필요 없다.

실제로 냉동 유통이 이뤄진다고 해도 이 기업들이 얼마나 수혜를 볼지는 미지수다. 일신바이오의 초저온 냉동고 생산라인은 올해 가동률이 110%에 달한다. 기업이 생산할 수 있는 최대치를 만들고 있다. 백신 유통으로 냉동고 수요가 높아져도 일신바이오가 더 만들어 판매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UPS와 페덱스 등 글로벌 운송업체는 냉동물류 경쟁력을 인정받았지만 국내에서는 관심이 높아진 데 비해 콜드체인에서 독보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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