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매년 적어도 두 번은 야구장을 방문한다.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NC다이노스의 홈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는 항상 경기장에서 관람한다. 매년 첫 경기에 선수단을 직접 격려하고, 마지막 경기 때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구단주는 김 대표가 유일하다. 지난달에는 세 경기 연속 경기장에서 NC다이노스를 응원했다. 정규 시즌 첫 우승을 현장에서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24일 창단 9년 만에 정규 시즌 우승을 처음으로 거머쥔 NC다이노스가 17일부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 돌입한다. 김 대표가 또 한 번 우승 헹가래를 받을 수 있을까.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엔씨소프트는 지난 9일 짧은 ‘티저(관심 유발) 영상’을 배포했다. ‘타격하다’라는 단어를 내세워 ‘실패’ ‘포기’ ‘불가능’ ‘한계’ ‘좌절’을 이겨내자는 내용이다. ‘NEVER ENDING CHALLENGE(끝없는 도전)’라는 문구도 강조했다. 김 대표가 직접 밝힌 엔씨소프트 사명의 뜻이기도 하다. 올해 야구단과 회사의 성과는 그동안 김 대표가 강조한 도전의 결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NC다이노스는 창단 자체가 도전이었다. 유년 시절 야구 선수를 꿈꿨던 김 대표는 2011년 국내 프로야구 아홉 번째 구단을 창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기존 구단의 반대가 심했다. 프로야구단 운영이 중견기업에는 버겁다는 게 이유였다.
게임산업에 부정적인 사회적 평가도 더해졌다. 당시 김 대표는 “내 개인 재산만으로도 100년은 운영이 가능하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결국 야구계의 지지를 받아 프로야구단에 합류했다.
김 대표는 NC다이노스의 도전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창단 초기에는 다른 구단의 1.5군 정도 실력이었지만 정규 시즌 합류 3년 만에 3위까지 올랐다. 전력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에도 적극 나섰다. 2016년 당시 야수로 역대 최고액인 96억원을 들여 박석민을 영입했다. 지난해에는 한국프로야구(KBO) 역대 두 번째로 많은 125억원을 투자해 ‘최고 포수’ 양의지를 합류시켰다.
NC다이노스 우승의 원동력이 된 ‘데이터 야구’도 김 대표가 지원했다. 창단 때부터 야구 데이터 전문가를 영입했고, 전력 전문 시스템인 ‘D라커(D-LOCKER)’를 도입했다. 코치진과 선수들은 10개 구단 선수의 영상과 각종 기록을 모바일 기기에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2월에는 모든 선수에게 최신형 태블릿PC 120대도 지급했다.
김 대표는 “NC다이노스를 창단하며 가장 필요했던 건 기회였다”며 “엔씨소프트와 NC다이노스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는 힘과 열정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한국시리즈 역시 하나의 과정으로, 결과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씨소프트의 성장도 도전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1998년 처음으로 출시한 PC 게임 리니지부터 대박을 터뜨렸다. 김 대표는 만족하지 않았다. 2003년 나온 리니지2는 국내 최초의 3차원(3D)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500억원 넘게 들여 2012년 출시한 ‘블레이드앤소울’은 동양적 정서를 담은 화려한 그래픽과 호쾌한 액션 장면으로 인기를 끌었다.
모바일 게임 후발주자인 엔씨소프트는 사내 조직을 대폭 개편하고 2017년 리니지M을 내놓아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나온 리니지2M도 높은 그래픽 수준과 캐릭터 간 충돌 효과를 제대로 구현해 주목받았다. 김 대표의 도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금융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