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이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최근 전세대란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세대분할'이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대표는 17일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주최 관훈토론회에서 "(전세난이 발생해)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면서도 "작년 10월부터 금년 10월까지 1년간 통계를 보면 서울시 인구는 4만명이 줄었는데 가구수는 9만6000가구 늘었다. 가구 분리와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그것에 대해 충분한 대비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거라는 것은 다른 상품과 달리 수요는 탄력적인데 공급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임대차 3법으로)계약 갱신이 늘어 공급이 줄면서 수요자들이 더 어려움 겪게 됐다"고 부연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뼈아픈 패착이었다"고 인정했다.
전세대란이 일어난 것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슴 아프고 송구스럽다"면서 "호텔 방을 주거용으로 바꿔서 내놓는다던가 등의 공급강화 대책이 오늘 내일 사이에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현미 장관도 전세대란이 세대분할 때문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가 야당 의원과 설전을 벌인 바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3년 동안 뭐 하시다가 이제 와서 이 정부의 책임 있는 분들은 (전세난이)'세대분할이다, 전 정권 탓이다, 저금리 탓이다'라고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향해 현 전세대란이 세대분할 효과가 크다는 데 동의하는지 물었다. 김현미 장관은 "요새 세대분할이 많이 일어났더라"고 답했다.
이에 김은혜 의원은 "세대분할은 지난 석 달 동안 갑자기 된거냐"며 김현미 장관을 질타했다. 김현미 장관은 "그렇게 말씀하시지 말라"며 맞섰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최근 전세난이 임대차 3법 때문이라는 지적에 대해 "저금리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김현미 장관은 "임대차법 때문에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줄어서 시장에 나오는 공급물량이 줄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저희도 인정한다"면서도 "그런데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저희가 코로나를 겪으면서 기준금리가 0.5%로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은 "시중에 유동성이 굉장히 많이 몰리면서 전세 대출이 그 사이에 또 급증했다"며 "그러한 것들이 전체적으로 전셋값 상승에 결합되서 나타났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금리 때문에 시장에 유동성이 과잉이라 전세대출이 다른 해에 비해 2배 정도 늘었다"고 부연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저금리 상황에서도 임대료가 하락한 미국 맨해튼과 캐나다 토론토의 예를 들어 반박하자 김현미 장관은 "그 나라들은 증시 버블로 나타나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6월에는 "저희(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물려받았을 때가 전 정부에서 모든 부동산 관련 규제들이 다 풀어진 상태에서 받았기 때문에 자금이 부동산에 다 몰리는 시점이었다"고 집값 폭등 책임을 전 정부로 돌리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였던 이유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부 때 만든 규제 때문"이라며 "종합부동산세 외에 바뀌지 않고 규제가 지속했던 게 시장에 주는 역할이 굉장히 컸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현미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임기를 시작해 지난 9월 22일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말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3~4개 부처 장관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현미 장관은 유임되는 것이 유력하다.
여권 일각에서 부동산 민심이반을 감안해 김현미 장관 교체 의견이 나왔으나 문재인 대통령의 재신임 의사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미 장관은 전세난을 비롯한 부동산 문제를 일관성 있게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 등이 유임 사유로 거론된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은 여러 차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집값 폭등은 김현미 장관을 신뢰하는 문재인 대통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값 상승실태 분석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무려 52%나 상승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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