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들여다보면 신외감법 외에도 세입자를 보호한다며 되레 전세대란을 부추긴 임대차법, 보유세 폭탄을 몰고 온 주택공시가격 반영률의 급격한 인상 등 이슈에 공통점이 있다.
무리하다 싶은 이런 정책에도 배경은 있다. 신외감법의 경우 2010~2014년 5조원대에 이르는 회계부정을 한 대우조선해양 사건이 결정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정을 되찾던 한국 경제에 갑작스레 회계리스크를 키웠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차단을 위해 당국이 칼을 빼들 수밖에 없었다. 올 들어서도 잡히기는커녕 더 악화하는 전세난이 임대차법 손질로, 자고 나면 뛰어오르는 집값에 대한 무주택 서민의 상실감과 박탈감이 공시가격 현실화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이 일도양단하듯 너무 쉽게 마련된 감이 없지 않다. 공공선택이론의 창시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1986년)인 제임스 뷰캐넌이 강조한 것처럼 공공정책 결정에선 사회 전체의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당국의 인식은 훨씬 못 미친다. 정책 반대자, 예상 못한 변수로 인한 부작용인 ‘외부비용’과 적정한 찬성률을 이끌어내는 데 들어가는 유·무형의 사회적 비용인 ‘의사결정비용’의 합(合)이 최소가 되는 지점을 찾는 게 공공정책의 최선(最善)이다. 찬성하는 사람 숫자가 적을 때는 외부비용은 높고 의사결정비용은 낮지만, 찬성률을 끌어올릴수록 외부비용은 낮아지고 의사결정비용은 높아진다.
지난주 정부는 택배기사 과로 방지책의 후속으로 택배비 인상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74%가 택배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한 가격 인상에 동의하면서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나 과연 택배비가 두 배 오르는 현실을 맞닥뜨려서도 동의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정책의 경제적 부담을 오롯이 지게 될 집단을 먼저 설득하고, 이들의 반응에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제원칙을 무시한 공공정책은 빵점짜리 정책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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