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올랜도도 지난주 플라잉카 공항 허브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은 올랜도국제공항과 비슷한 규모로 짓는다고 한다. 독일의 플라잉카 벤처기업 릴리움과도 계약을 맺었다. 릴리움이 올랜도의 새 허브 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80만달러의 세금 환급금을 시 정부가 승인했다. 릴리움의 플라잉카는 2023년 상용화가 목표다. 도시의 고용 증가와 경제 발전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게 올랜도의 생각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아예 뉴질랜드 전역을 ‘플라잉카 시험장’으로 자처하고 나서 기업들의 시험비행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한술 더 뜬다.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 8월 2022년 연구개발(R&D) 예산 순위에서 미래 컴퓨팅 생태계 지원과 자율주행 및 자율비행 차량 인증기술을 우선으로 뒀다. 운송 차량의 안전과 보안을 효과적으로 검증하는 데 필요한 기술에 예산을 먼저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R&D 우선순위가 자율주행과 자율비행의 인증기술 개발이었다. 항공 표준과 인증에서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확연하게 나타난다.
‘하늘을 나는 차’ 선점에 정부와 지자체까지 나서고 있다는 건 매우 주목할 일이다. 관련 기업들을 끌어모으고 집적시키는 것을 21세기 도시와 국가경쟁력의 관건으로 보고 적극 추진하고 있다. 첨단산업이 들어서면 고용이 늘어나고 도시에 활기가 돈다. 모빌리티 산업은 더욱 더 그렇다. 전후방 효과가 큰 산업이기 때문이다.
플라잉카는 전기를 동력으로 하고, 수직으로 이· 착륙하는 특성이 있다. 전기차처럼 구조가 복잡하지 않고 전기차 제작보다 훨씬 돈이 덜 들며 헬리콥터보다 안전하다. 자율주행은 사람과 다른 차량, 교통신호, 차선을 인식하기 위해 여러 개의 센서와 고도로 훈련된 알고리즘이 필요하지만 자율비행은 하늘에는 장애물은 거의 없고 간단한 레이더로 감지된다.
무엇보다 항공기술 영역과 다른 점은 ‘분산전기 기술’이다. 배터리 하나로 많은 모터들을 구동시킨다. 8개의 모터가 달린 플라잉카가 많다. 하나의 모터가 꺼져도 다른 모터가 지속적으로 구동된다는 점이 기존 항공기와 큰 차이다. 안전과 소음문제도 많이 해결된다. 이런 기술이 저고도로 비행하는 플라잉카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기존 항공기에서 활용하던 지상항법장치나 GPS보다 5세대(5G) 통신 기술에 의존하는 항법시스템도 이점이다.
탄소복합 재료의 혁명 역시 자동차업계에 유리한 부분이다. 탄소섬유의 등장과 함께 차체와 날개 등의 초경량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일본 소재 기업들은 이런 재료를 확보하는 작업에 나선 지 오래다. 도레이는 하늘을 나는 차를 위한 탄소섬유복합재료 개발에 나섰다. 동체의 주날개에 탄소복합재료를 사용해 기체 경량화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모터업계는 초전도를 사용한 모터 개발에 나서고 있다. 화학 업체들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훨씬 나은 전고체전지 등을 실용화하려는 것도 플라잉카업계엔 희소식이다.
전문가들은 장래에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도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이미 제주에서 수소드론의 실증시험을 끝낸 마당이다. 항공 분야에선 다른 국가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 향후 수소에너지가 동력으로 자리잡는다면 한국에 유리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韓·日·英 등 조선업계, 자동운항 상용화 추진
일본도 최근 40개 기업이 공동으로 원격선박 조종시험에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자동운항선 실용화를 내걸고 2040년까지 내항선의 절반을 무인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고령화와 인력 부족 등 어려움이 많은 수송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관광과 방재 등에도 선박의 자동운항은 도움이 된다.
한국에선 삼성중공업이 지난달 거제조선소 인근 해상에서 무게 300t급 선박을 원격 자율로 운항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시험운항에선 선원이 타지 않은 자율선박이 약 10㎞ 떨어진 목적지를 돌아 안전하게 복귀했다고 한다. 삼성중공업은 2022년부터 이 같은 자동운항 선박을 상용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자율운항 선박 기술 개발사업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6년간 1603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이 종료되는 2025년 이후에는 레벨4 단계인 완전무인자율운항선박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선다.
해양수산부는 17일 자동화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항만 구축사업을 2030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운항선박과 자율주행 트럭, 자동 크레인 등을 이용해 항만으로 컨테이너를 들여오고 내보내는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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