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직무급을 도입하지 않는 공공기관에 경영평가 때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직무급은 근속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와 달리 직무의 중요도·난이도 등에 따라 임금을 달리 주는 제도다. 정부는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 평가 확대를 계기로 호봉제가 여전히 만연한 민간기업에도 직무급 도입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정안은 직무급 도입 노력 부문을 분리해 2점을 부여했다. 나머지 2개 항목은 1.5점으로 조정했다. 이전엔 호봉제를 고치려는 노력을 전혀 안 해도 보수 규정 준수, 임금피크제 운영 성과가 탁월하면 3점 가까운 점수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잘해야 1.5점밖에 못 받는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직무급 관련 평가 점수가 2점이라지만 단독 평가여서 크게 느껴진다”며 “확실히 평가의 구속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직무급 도입 및 확산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호봉제 채택 기업이 여전히 많아 능력에 따른 합리적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생산성 향상의 발목을 잡는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336개 공공기관 중 직무급을 도입한 곳은 한국재정정보원, 새만금개발공사 등 5곳에 불과하다.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을 고쳐 직무급 도입 압박에 나선 이유다. 바뀐 평가 기준은 내년 3월부터 시작될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적용한다.
기재부의 평가제도 개편은 새로운 노·정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직무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논의하는 공공기관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개편, 노동계는 숙원인 노동이사제를 관철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위원회는 출범 1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노동이사제 도입에 비교적 유연한 반면 노동계는 임금체계 개편에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위원회 출범 당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공공기관 보수체계를 정리하는 문제는 결코 쉽지 않다”며 “공공기관이 생긴 이래 제2의 건국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부문으로의 직무급제 확산도 미지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 중 호봉제를 운영하는 비율은 60.9%(2019년 6월 기준)다. 전 사업장 기준으로 직무급제 도입 비율은 11.9%에 불과하다. 정부가 1~2년마다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내놓으며 기업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직무급제 도입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코로나19 대응 우수 기관에 인센티브를 주고, 소상공인 지원과 한국판 뉴딜 참여 등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감안하기로 했다.
서민준/백승현 기자 morandol@hankyung.com
정부 “경영평가 고쳐 직무급 확산”
기획재정부는 최근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을 수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주요 내용은 직무급 도입에 대한 평가를 강화한 것이다. 기존 경영평가에선 ‘합리적인 보수 제도 구축’ 부문이 100점 만점에 3점이고, △직무급 도입 노력 △예산편성지침 등 보수 규정 준수 △임금피크제 운영 성과 등 3개 항목을 합쳐 평가했다. 직무급 도입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나머지 2개 항목을 잘 수행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 정도로는 직무급 도입을 유도할 만한 유인이 안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수정안은 직무급 도입 노력 부문을 분리해 2점을 부여했다. 나머지 2개 항목은 1.5점으로 조정했다. 이전엔 호봉제를 고치려는 노력을 전혀 안 해도 보수 규정 준수, 임금피크제 운영 성과가 탁월하면 3점 가까운 점수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잘해야 1.5점밖에 못 받는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직무급 관련 평가 점수가 2점이라지만 단독 평가여서 크게 느껴진다”며 “확실히 평가의 구속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직무급 도입 및 확산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호봉제 채택 기업이 여전히 많아 능력에 따른 합리적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생산성 향상의 발목을 잡는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336개 공공기관 중 직무급을 도입한 곳은 한국재정정보원, 새만금개발공사 등 5곳에 불과하다.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을 고쳐 직무급 도입 압박에 나선 이유다. 바뀐 평가 기준은 내년 3월부터 시작될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적용한다.
“임금체계 개편은 제2의 건국”
문제는 노조의 반발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운수노조는 최근 경영평가 편람 수정 소식에 “정부가 노동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직무 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강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지난 12일부터 서울역·부산역 등에서 시위를 시작한 전국철도노조도 주요 투쟁 이유 중 하나로 직무급제 강행을 들었다.기재부의 평가제도 개편은 새로운 노·정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직무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논의하는 공공기관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개편, 노동계는 숙원인 노동이사제를 관철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위원회는 출범 1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노동이사제 도입에 비교적 유연한 반면 노동계는 임금체계 개편에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위원회 출범 당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공공기관 보수체계를 정리하는 문제는 결코 쉽지 않다”며 “공공기관이 생긴 이래 제2의 건국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부문으로의 직무급제 확산도 미지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 중 호봉제를 운영하는 비율은 60.9%(2019년 6월 기준)다. 전 사업장 기준으로 직무급제 도입 비율은 11.9%에 불과하다. 정부가 1~2년마다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내놓으며 기업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직무급제 도입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코로나19 대응 우수 기관에 인센티브를 주고, 소상공인 지원과 한국판 뉴딜 참여 등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감안하기로 했다.
서민준/백승현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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