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남산1·3호터널에 부과하는 혼잡통행료를 강남과 여의도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시민단체가 4대문 안에 진입하는 모든 차량에 통행료를 부과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일각에선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혼잡통행료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강남·여의도 녹색교통진흥특별대책지역 지정을 위한 타당성조사 용역을 하고 있다. 이 용역에는 배출가스 저등급 차량 진입 제한과 함께 혼잡통행료 부과안도 포함돼 있다. 시 관계자는 “녹색교통지역을 위한 여러 정책 가운데 혼잡통행료도 검토 대상 중 하나”라며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혼잡통행료는 대기오염을 줄이고 도심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교통이 혼잡한 지역을 통과하는 차량에 부과하는 일종의 통행세다. 1996년부터 남산1·3호터널에서 2인 이하 탑승 차량을 대상으로 2000원씩 혼잡통행료를 걷고 있다. 그동안 징수된 혼잡통행료는 연평균 150억원으로 총 3330억원에 이른다.
서울시는 옛 한양도성(종로구 8개 동, 중구 7개 동 등 4대문 안)에 이어 교통혼잡구간으로 꼽히는 강남과 여의도 일대를 녹색교통지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엔 이번 용역 결과를 토대로 특별종합대책을 수립해 발표할 예정으로, 여기에 중장기 목표로 혼잡통행료 부과 확대안이 들어갈 가능성 있다는 것이다. 부과 지역 확대뿐 아니라 장기간 2000원으로 유지되고 있는 차량당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5월 영국을 방문할 당시 런던의 혼잡통행료에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런던은 도심부 진입로마다 차량 번호판을 인식하는 폐쇄회로TV(CCTV)를 달고 오전 7시~오후 10시 진입하는 모든 차량에 15파운드(약 2만2000원)의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
혼잡통행료 부과 지역을 4대문 내 도심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등 9개 시민단체는 광화문광장 정비 작업의 전제조건으로 4대문 안에 들어오는 모든 차량에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라며 서울시를 압박하고 있다. 경실련은 “혼잡통행료는 차량 수요 억제뿐 아니라 미세먼지 줄이기와 시민 건강 개선을 위해 필수적인 정책”이라며 “광화문광장 조성은 혼잡통행료 부과 등 차량 수요 억제 정책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혼잡통행료 확대 방안은 상당한 반대 여론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혼잡통행료 부과가 이른바 ‘도로이용료(톨비)’로 전락해 시민들의 부담만 늘릴 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승우 서울시의원은 이달 초 서울시 행정사무감사에서 혼잡통행료 해제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중복 부과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남 진입 차량에 혼잡통행료가 부과되면 남산터널을 통과해 강남 방면으로 가는 차량에 이중으로 통행료가 징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수정/김남영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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