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1호' 창신동 주민들 "공공재개발로 바꿔달라"

입력 2020-11-18 17:06   수정 2020-11-19 02:46

공공재개발이 막힌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도시재생 대신 공공재개발을 진행해 달라며 행정심판까지 준비 중이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종로구 창신동(사진) 공공재개발 추진위원회는 최근 종로구로부터 공공재개발 공모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공문을 받고 이르면 다음주 중 행정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이곳은 2014년 전국 1호 도시재생사업지구로 선정돼 재생 사업을 진행해왔다.

공공재개발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재개발 사업이다. 용적률 상향, 인허가 절차 간소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제외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은 예산 중복 집행 방지 및 정책 일관성 유지 등을 위해 도시재생 사업지는 공공재개발 공모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창신동 외에 도시재생을 진행 중인 종로구 숭인동, 용산구 서계동, 성북구 성북동, 구로구 남구로·가리봉동, 은평구 수색동 등도 공공재개발을 신청한 상태다.

도시재생 지역 주민들은 도시재생으로는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창신·숭인동의 경우 지난 6년 동안 총 200억원이 투입돼 봉제역사관 및 백남준 기념관 등 관광지 조성, 채석장 부지 전망대 설치 등 사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주민들은 “체감할 수 있는 주거환경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창신동 주민은 “건물 몇 개 짓고 벽화 그리는 게 도시재생이냐”며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소방도로마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집이 많아 환경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추후 도시재생 해제 요구 및 릴레이 집회 등을 계획 중이다.

정비업계에선 도시재생과 공공재개발을 효율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도시재생의 취지는 민간 수익성에 기반한 도시정비가 불가능한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공재개발이 가능한 지역이라면 재개발이 가장 효율적인 도시재생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4일 마감한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지 공모에는 60개가 넘는 지역이 신청하는 등 흥행을 기록했다. 정부는 기존 정비구역은 연내, 해제지역은 내년 3월 최종 대상지를 각각 선정할 예정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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