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프, 세계 첫 천연염료 프린팅 기술 상용화

입력 2020-11-18 17:16   수정 2020-11-19 02:17

전통적인 천연염색 공정은 흰 천을 염료에 담가 건조하는 침염방식으로 진행된다. 자연의 색감을 구현하고 화학 염료 제조 및 염색공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물질을 줄이는 친환경 공정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상품 디자인에 적용된 색상이 많을수록 염색 횟수가 늘어나는 등 대량생산이 어려운 게 단점이다.

천연염색원단 벤처기업 네스프는 최근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직물에 직접 날염할 수 있는 천연 디지털 직물 프린팅(DTP)용 잉크를 개발해 천연염색의 단점을 개선했다. 프린터의 잉크젯 헤드를 통해 천연잉크를 직물에 직접 분사해 색깔과 디자인을 입히는 방식이다. 이 회사는 천연염색 원단으로 급변하는 패션·섬유시장 트렌드에 발맞춰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양산하는 길을 열었다.

네스프의 천연 DTP용 잉크에는 생산지마다 제각각인 염료의 색소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배합 기술이 이용됐다. 토출 안정성이 우수한 나노입자 잉크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적용한 것도 비결이다. 이런 기술 덕분에 잉크젯 헤드를 통해 원활한 잉크 토출이 가능하다.

이 회사는 천연잉크에 최적화된 원단을 처리하는 공정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천연잉크 제조부터 염색까지 천염염색공정의 모든 과정을 결합한 천연 DTP 솔루션을 완성했다.

김동권 다이텍연구원(옛 한국염색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합성염료가 아닌 천연염제로 만든 잉크를 이용해 양산제품을 출시한 것은 네스프가 세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천연염색 원단은 지난해 봄 나이키가 선보인 ‘플랜트 컬러 컬렉션’에 적용됐다. 이 컬렉션으로 출시된 운동화 ‘에어맥스95 한정판’은 4만 켤레가 조기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정덕훈 네스프 대표(사진)는 “브랜드별 특성에 맞춘 디자인 적용이 가능해 여러 글로벌 업체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네스프는 천연염색원단을 적용한 이불, 벽지, 마스크팩 등 다양한 분야로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원단 샘플 제조를 위해 월 20만 야드 규모 생산 능력을 보유한 설비도 연내 착공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전통제조에 현대 첨단기술을 접목한 천연 DTP 원단은 침체에 빠진 국내 섬유패션산업을 선도할 고부가가치 제품”이라며 “내년 매출 100억원을 달성한 뒤 상장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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