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농축산물과 식료품 등의 전국 당일배송 체제를 도입한다. 농어촌 지역까지 퍼져 있는 하나로마트를 활용해 일반 대형마트보다 촘촘한 배송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농협의 농산물 구매 기능도 농협경제지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비효율을 없애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농협은 18일 서울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올바른 농축산물 유통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농업인은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에 팔고, 국민은 신선한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는 ‘올바른 유통구조’를 갖추는 것은 농협 본연의 역할”이라며 “외부 전문가와 함께 유통 혁신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농협은 유통구조 혁신을 추진할 4대 분야로 스마트한 농축산물 생산, 농산물 유통체계 개선, 온라인 도소매사업 추진, 협동조합 정체성 확립을 선정했다. 분야별로 세부 과제를 선정해 66개 사업을 추진한다.
우선 농협은 2023년까지 전국 당일배송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올해 서울 전 지역 당일배송을 추진하고, 내년엔 이를 인천 대전 대구 울산 부산 광주 등 7대 도시로 확대한다. 다음달 경기 성남유통센터와 내년 3월 경기 고양유통센터를 열어 2시간 내 ‘싱싱배송’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농협의 전국 당일배송 도입은 온라인 배송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쿠팡·이마트 등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선언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농협의 농축산물 취급 규모는 다른 유통업체에 비해 현저히 크다. 신선식품 시장에서만큼은 농협이 다른 온라인 배송업체보다 경쟁력이 높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 계획도 발표했다. 지난 5월 양파를 시작으로 마늘(8월) 사과(11월) 등 일부 품목의 온라인 경매를 시범 운영한 농협은 내년부터 품목을 주요 채소류로 확대한다. 2022년 650억원 규모의 농산물을 온라인 거래소를 통해 유통한다는 방침이다.
농협경제지주는 농업인과 지역 농축협의 온라인몰 상품 등록을 돕는 농민마켓 서비스를 운영하고, 공판장식자재몰에서 요식업체와 중소슈퍼에 신선 농산물을 새벽배송하겠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거래 투명성 문제가 지적돼온 산지 구매는 농협경제지주 중심으로 일원화해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계약재배를 늘려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산지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가격 결정 기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품질 수준별로 공급 상품을 다양화해 판매장의 상품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또 식품회사와의 협업을 늘린다. 국산 농산물 소비를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다. 농식품 전문 무인매장은 서울 신촌과 국회, 서울대 등에 설치할 계획이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부터 미곡종합처리장 및 농산물산지유통센터를 통해 도매시장 등으로 유통하는 모든 과정을 디지털·스마트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유통혁신 방안을 마련한 ‘올바른 유통위원회’의 여인홍 위원장(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농협이 농축산물 유통 허브 역할을 하기 위해 4대 유통혁신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