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집의 특징 역시 장면의 전환을 통해 시어가 멈추지 않고 흐르듯 유동적으로 제호처럼 마치 산책하듯 시 속 세계를 거닌다는 점이다. 시 ‘더 깊은 숲으로’에선 ‘숲으로 들어갔어요…길이 없는 숲으로 더 들어가자 오솔길이 나왔습니다’라며 어떤 미지의 숲을 헤매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시 ‘계절 풍경’에선 ‘나는 어디에 있을까, 어디로 가야 할까’라며 자문하기도 한다.
이렇듯 안 시인은 고정된 자아와 체계 밖으로 걸어나가 특정 장면들을 통해 일상의 이면을 돌아보는 경험을 하게 한다. 무엇보다 특정 시어나 시 속 상황에 안착하지 않고 시적 이미지들을 계속해 연결하며 어떤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낸다. 시 ‘이국 정서’에선 ‘약속된 장소에 도착’할 즈음 어딘가로 다시 출발하면서 ‘어느 곳에도 체류하지 않는 배회의 상태’를 지속한다. 화자가 ‘나’와 ‘현재’라는 익숙한 시점에 머무르지 않게 함으로써 변화의 풍경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변화의 풍경을 통해 끊임없이 흘러가는 이 세계의 아름다움 가운데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을 끄집어냄으로써 안 시인은 읽는 이로 하여금 “어제의 풍경이 덧없이 변화해 지나가 버리더라도 그것이 내일 다시 볼 풍경으로 돌아오리라”는 믿음을 갖게 만든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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