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일각에서 ‘특혜 시비’가 불거지자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이 적극 대응에 나섰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기간산업을 살린다는 명분을 앞세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8000억원의 혈세를 투입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반면 시장에선 부채가 12조원이 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해 대한항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는 ‘산업은행의 지원이 특혜라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 “산은이 인수 의향을 물어왔을 때 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여러 차례 만나고 오랜 기간 이야기하면서 진행됐다”고 답했다. 그는 두 회사 통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산은도 특혜설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단순히 자금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산은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면 10%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3자 연합과 조 회장 일가에 이은 3대 주주로, 이른바 ‘캐스팅보트’ 역할도 할 수 있다.
산은은 경영권 감시를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주요 경영현안을 산은과 사전에 협의하고,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명과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등 7개 의무조항을 대한항공에 부과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칼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라도 특혜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6조9000억원의 과도한 혈세가 투입됐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4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매각을 결정한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올 상반기까지 3조3000억원의 정책금융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어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 무산된 지난 9월 2조4000억원가량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았다.
대한항공은 4월 채권단으로부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위해 1조2000억원의 정책금융 자금을 지원받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일각에서 언급되는 6조9000억원 중 대부분인 5조7000억원은 두 회사의 통합이 결정되기 전 아시아나항공에 지원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은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합병된 대우조선해양엔 7조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HMM(옛 현대상선)에 직접 지원된 자금 규모만 3조원이 넘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치논리는 배제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기간산업은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이동걸 산은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도 인수결정 초기와 달리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취약성이 부각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도 이날 대한항공에 대한 투자의견을 일제히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12조원이 넘는 아시아나항공 부채를 떠안으면서 대한항공의 재무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시장에선 대한항공이 유상증자 이후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을 잇달아 분리매각하더라도 10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떠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자 연합은 “이번 인수는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국민 혈세를 동원하고 한진칼 주주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이 자신의 돈은 한푼도 들이지 않고 산은을 백기사로 맞이해 경영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의도라는 게 KCGI의 주장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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