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자기 공간을 갖지 못한 남자들, 내 취향이 뭔지 알 기회도 없었던 남자들에게 공간을 제공한다. 그래서 제품을 많이 파는 게 아니라, 좋은 제품을 소개하는 게 목적이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해도 방해받지 않는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곳, 이곳이 남자들의 놀이터다.
내 집에서 나를 위한 공간은 하나도 없다. 골프, 낚시, 등산 등 남들 하는 것을 따라 하긴 하지만 딱히 여가시간에 어딜 가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바로 남자들의 이야기다.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의 복합상업시설인 ‘앨리웨이 광교’에 있는 남성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스트롤’은 이런 남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이곳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패션, 신발부터 고가의 가전·가구까지 갖춘 편집숍으로 꾸며져 있다.
매장과 유리문으로 분리되는 ‘스페이스’에선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는 다방면의 서적과 잡지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바에 구비된 와인과 맥주를 즐기거나 직접 가져온 주류를 보관할 수 있다. 소규모 모임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은 1인실로 꾸며진 ‘스펜서 룸’은 남자들이 꿈꾸는 프라이빗한 서재가 연출된 곳이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는 등 원하는 대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스트롤을 만든 여준영 대표는 국내 1위 홍보 컨설팅회사인 프레인글로벌의 수장이다. 여 대표는 세련된 스타일과 탁월한 브랜드 스토리텔링으로 SNS에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그는 “어디에도 자기 공간을 갖지 못한 남자들, 내 취향이 뭔지 알 기회도 갖지 못한 남자들이 많다”며 “그런 남자들이 취향에 맞는 제품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에어론체어, 브롬튼, 아서매클린, 라이카, 마틴기타 등 비싸더라도 남자들이 로망처럼 생각하는 브랜드 제품을 소개한다. 여 대표는 “스트롤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과 도저히 갖기 힘들 것 같은 꿈 사이에 놓인 ‘리처블 로망(reachable roman)’을 지향한다”며 “남자들이 단 하나를 가져도 로망에 가까운 제품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매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갓 취직한 고객이 방문하면 어떤 정장을 고르는 게 좋을지, 이런 상황에선 어떤 제품을 고르면 좋을지 등도 상담해준다. 아예 MD에게 추천을 받는 서비스도 있다.
국내보다 앞서 남성 소비시장이 성장한 일본에는 아예 남성만을 위한 전용 백화점이 있다. 한큐백화점은 30~40대 남성 소비자를 겨냥해 2008년 오사카에 지상 5층 규모의 ‘한큐 멘즈’를 열었다. 전 층에 남성 패션 뷰티 브랜드가 들어섰고, 혼자서 옷을 사기 어려워하는 남성들에게 최신 트렌드를 알려주고 어울리는 옷도 추천해준다. 한큐백화점은 오사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도쿄에 2호점을 냈다.
스트롤은 한큐백화점과 달리 더 많은 제품 판매와 매출 증대가 목표는 아니다. 그러나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고객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한 번 고객이 되면 수백에서 수천만원까지 쓰는 ‘충성고객’이 되기 때문이다. 여 대표는 “팝업스토어의 성공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과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며 “추가 지점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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