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여자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이 체면을 구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우려한 상위 랭커들이 참가를 꺼리면서 출전 명단에 세계 랭킹 140위권 안팎인 ‘B급 선수’가 대거 포진했기 때문. 딸 출산 후에도 대회 참가를 공언했던 2014년 챔피언인 ‘단골손님’ 미셸 위(31)와 2010년 챔피언 폴라 크리머(34)의 활약을 올해는 볼 수 없게 됐다. 우승자는 대회에 10년간 출전할 수 있다.
USGA는 기존 50위까지만 주던 예선 면제권을 세계 랭킹 75위(3월 기준)로 늘렸다. 이에 더해 세계 아마추어랭킹 20위까지도 출전권을 줬다. 선수들의 자격을 완화해 출전 선수를 확보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는 누그러들지 않았고, 상위 랭커들의 불참 통보가 이어졌다. 2024년까지 대회 출전권이 있는 미셸 위는 “어린 딸과 함께 휴스턴으로 향하기엔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의 안전”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세계랭킹 50위 박현경(20)을 포함해 이소영(23), 박민지(22), 이소미(21), 박채윤(26), 조정민(26), 안송이(30) 등이 코로나19에 대한 우려와 자가 격리 부담 등의 이유로 US여자오픈에 출전하지 않는다.
선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 USGA는 궁여지책으로 이달 9일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28명의 추가 선수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랭킹 139위인 김소이(24)도 출전권을 받았다. 이번에 US여자오픈에 처음 출전하는 선수만 해도 42명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명단에는 포함됐지만, 출전을 고민하는 국내 선수도 상당수”라며 “예비 명단 선수들이 출전할 경우 선수들의 세계랭킹은 더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해란(19), 안나린(24) 등 올시즌 KLPGA투어의 우승자뿐 아니라 김지현(29), 이정민(28), 오지현(24), 김보아(25), 최예림(21) 등도 US여자오픈 출전권을 확보했다. 유해란은 “국내에서 2~3년 활약한 뒤 미국 진출을 꾀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US오픈에는 한국 선수가 사상 최대인 31명이 출전한다. 출전 선수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한국 선수인 셈이다. 선수층이 다양해지면서 깜짝 우승자를 배출하는 등 이변이 연출될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 선수 간 우승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디펜딩 챔피언 이정은(24)은 물론 국내에 머물며 스윙 교정에 나섰던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도 우승에 도전한다. 이정은은 “코로나19 걱정으로 미국에 못 오고 있다가 US여자오픈이라는 대회를 포기하기 어려워 투어에 복귀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KPMG여자PGA챔피언십을 석권하며 ‘메이저 퀸’에 합류한 세계랭킹 2위 김세영(27)도 US오픈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김세영은 “메이저대회인 US오픈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와 올림픽 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컨디션 조절을 위해 대회 전주에 열리는 대회는 불참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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