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인구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시점은 2006년으로, 다른 나라보다 늦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게다가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통계청은 2016년 ‘장래인구추계’(2015~2065년)에서 한국의 총인구(외국인 거주자 포함)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시점을 2032년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인구 감소 시점을 2028년으로 앞당겼다.
고령화 속도도 커다란 부담이다. 65세 이상 내국인 고령인구는 올해 80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6.1%를 차지한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지 불과 17년 만인 2017년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장 심각했던 일본은 1970년 고령화사회, 1994년 고령사회, 2006년 초고령사회가 됐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가는 데 24년 걸렸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7년이나 빨랐다. 통계청은 한국이 2025년 고령인구 1000만 명을 넘어서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2060년 무렵에는 한국의 고령화가 일본을 추월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일부에선 은퇴자가 많고 신규 노동시장에 들어서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생산·소비 감소로 경제 규모가 쪼그라들면 투자와 일자리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일자리 감소는 또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등 ‘경제의 악순환’이 야기될 수도 있다. 일본이 1990년 이후 ‘잃어버린 20년’ 동안 장기 슬럼프에 빠졌던 것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생산연령인구가 줄고 고령자는 늘어난 영향이 컸다.
복지에 대한 부담은 더 늘어난다.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내는 인구가 줄어드는 반면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같은 복지 혜택을 필요로 하는 인구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재정의 악화로 이어진다. 내국인 생산연령인구 100명 대비 부양인구(14세 이하 유소년인구와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합)는 올해 39.8명에서 2030년 54.5명으로 늘어난다. 유소년인구의 부담은 더욱 크다. 유소년인구 100명당 고령인구 비율인 ‘노령화지수’는 올해 129.0명에서 2030년 259.6명, 2040년엔 340.9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유소년인구 한 명이 장차 3.4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인구 쇼크》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앨런 와이즈먼은 진정한 복지와 여유있는 삶을 향한 인류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적정 수준으로 인구가 줄어야 한다는 반론을 편다.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고 정년을 연장하면 경제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남북한의 통일로 인구 구조도 건전해질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빠른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
② 생산연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가 불가피한데, 생산·소비 위축에 따른 부정적 영향과 청년실업 해소라는 긍정적 영향 가운데 어느 쪽이 우리 경제에 더 큰 영향을 줄까.
② 한국 인구의 적정 규모는 얼마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최근의 급속한 인구 감소를 억제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