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면서 한국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커졌다. 민간소비가 위축되면서 반등하던 성장세도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4일 0시부터 2단계로 격상한다고 22일 발표했다. 지난 19일 서울·경기·광주 등에 대해 1.5단계 격상을 적용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조치로 경제성장률이 올 4분기에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성장률은 코로나19 충격으로 1분기 -1.3%, 2분기 -3.2%를 기록했지만 3분기 들어 1.9%로 반등했다. 민간소비가 저조한 모습을 이어갔지만 수출이 선전하면서 3분기 회복세를 견인했다. 이달 1~10일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대비 11.1% 늘어나는 등 수출 지표의 긍정적 흐름도 이어가자 4분기 성장률 기대도 커졌다.
하지만 거리두기 격상 조치로 민간소비 위축으로 4분기 성장률 반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가계가 씀씀이를 줄이면서 민간소비 타격이 상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코로나19가 확산된 올해 1분기에 -6.5%를 기록했다. 2분기에는 긴급재난지원금 효과 등이 작용하면서 증가율은 1.5%를 기록했다. 하지만 3분기 코로나19 재확산 여파와 지난 8~9월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여파에 -0.1%로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달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민간소비 감소세가 커질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수출이 긍정적 흐름을 이어갈지도 미지수다. 핵심 수출시장인 미국·유럽에서 봉쇄조치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9만5542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빠른 프랑스·영국·독일·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지난달 말부터 필수 업종을 제외한 곳은 봉쇄조치를 내린 상태다. JP모간은 코로나19 재확산 충격으로 미국이 내년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1.3%, 2.8%로 제시했다. 올 성장률 -1.3%를 달성하려면 4분기 성장률이 0~0.04%를 기록해야 한다. 하지만 민간소비와 수출이 부진할 경우 이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기반등 속도도 그만큼 더뎌질 우려가 크다.
지난 3분기 기준 국내총생산(456조8635억원)이 여전히 코로나19 직전인 작년 4분기(468조8143억원) 수준을 밑돌고 있다. 한은 성장률 전망(올해 -1.3%, 내년 2.8%)을 고려하면 2021년 3분기께에나 국내총생산(470조원 추정)이 2019년 4분기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충격이 국내는 물론 해외로 불어닥칠 경우 이 같은 반등 시점이 더 미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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