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수익 두 배로 뛴 백판지 업계

입력 2020-11-22 17:13   수정 2020-11-23 01:5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백판지업계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지고 있다.


백판지업계 2위인 종합제지업체 깨끗한나라는 지난 3분기에 매출 1462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올렸다. 전년 같은 기간의 매출은 1505억원, 영업이익은 55억원이었다. 매출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이 약 두 배로 불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을 보면 차이가 더 크다. 이 회사의 올해 3분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474억원, 462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매출 4490억원에 5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회사는 백판지 등 제지와 휴지·기저귀를 비롯한 생활용품 등 두 개 부문의 사업을 하고 있다.

백판지업계 3위인 세하는 3분기에 전년 대비 52% 늘어난 5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업계 4위 한창제지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7억원으로 1년 만에 72% 증가했다. 세 회사 모두 종이의 단면 또는 양면이 흰색을 띠고 만졌을 때 ‘딱딱한 감’이 드는 백판지를 제조한다는 게 공통점이다. 국내 1위 제지업체 한솔제지도 “백판지 사업만 떼어 보면 3분기 실적이 괜찮았다”고 설명했다.

백판지업계 수익성이 확 좋아진 이유로는 원재료값 하락이 첫 번째로 꼽힌다. 백판지는 펄프와 폐지를 섞어 만드는데 두 재료 모두 예년에 비해 가격이 하락했다. 한솔제지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펄프 가격은 t당 2018년 731달러, 2019년 551달러에 이어 올해 3분기 463달러로 내려갔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경기 위축이 가격을 눌렀다. 폐지는 ㎏당 2018년 229원, 2019년 195원에 이어 올해 3분기 174원으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연간 60만t을 사가던 중국이 환경 문제를 이유로 폐지 수입을 중단했다”며 “국내 폐지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를 보여 가격이 내려갔다”고 말했다.

연초 대비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한 것도 실적 개선 요인 중 하나다. 코로나19 때문에 배송 수요가 늘어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치킨과 피자 등의 포장지는 모두 백판지다. 한 백판지업체 관계자는 “배송 수요는 늘었지만 마스크 착용 여파로 화장을 덜하고 영화관에 안 가 팝콘 종이가 안 팔리는 등 코로나 영향은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생활 편의성 때문에 배송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업계가 경쟁적으로 신규 투자에 나선 배경이다. 한솔제지는 323억원을 들여 대전공장의 백판지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창제지는 9월 인수한 신풍제지 설비를 자사 공장에 설치하고 개보수하는 등 내년까지 78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다만 4분기엔 백판지업계 수익성이 3분기만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지업계 전문가는 “4분기 들어 재고가 조금씩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원화가 강세를 띠는 데다 중국이 폐지 규제를 완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도 다소 악재가 될 전망”이라고 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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