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확진자가 하루 50명도 안 되던 안정국면이 불과 한 달여 만에 “이대로 가다간 1000명에 육박”(대한감염학회)을 예상할 정도로 갑작스레 악화된 점이 우려를 증폭시킨다. 지난 19일 ‘거리두기 1.5단계’로 높인 지 불과 닷새 만에 2단계로 돌입하는 급박한 사태 전개가 당혹스럽다.
‘선택적 방역’ ‘내로남불 방역’으로 국민 불신과 부작용을 키운 정부의 책임 문제를 우선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방역당국은 확진자가 급증하던 와중에 열린 민주노총 등 노동·사회단체들의 대규모 민중대회(14일)를 수수방관해 사태 악화를 자초했다. 집권층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시민들의 광복절·개천절 집회는 ‘반사회적 범죄’라며 경찰 차벽으로 원천 봉쇄한 것과 비교할 때 이해하기 힘든 느슨한 방역이었다.
K방역을 불신과 불안으로 몰고 간 사례는 이외에도 수두룩하다. 종교 활동까지 엄격히 통제하는 마당에 클럽 등 유흥시설 출입을 막지 않는 점이 대표적이다. “안전한 곳이 없다”며 외식·모임 자제를 권유하면서 동시에 1000만 명 분의 소비쿠폰 사업을 지속하는 행태도 모순이다. “걱정 말라”던 정부의 큰소리와 달리 단 한 병도 확보하지 못한 백신 행정 역시 미심쩍다.
K방역에 의구심이 높아가는데도 ‘정치 방역 프레임’은 바뀔 줄 모른다. 아니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감염자 급증의 원인을 3개월도 더 지난 광복절 집회 탓인 것처럼 호도했다. 국민의 자발적 협조, 의료진의 헌신, 잘 짜인 의료시스템으로 버텨온 K방역이 정치 방역으로 오염된다면 국가적 불행이다. 거리두기 단계 상향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방역을 정치꾼이 아닌 의료계와 전문가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국민 역시 과도한 백신 기대감과 방역불감증을 버리고 공동체 정신과 방역의 원칙을 되돌아봐야 한다.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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