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 대장주인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최근 10거래일간 9000억홍콩달러(약 130조원) 감소했다. 지난 10일 중국 정부가 ‘플랫폼 경제 분야 반독점 지침’을 내놓은 이후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증폭되면서 텐센트, 메이퇀뎬핑, 징둥 등 중국을 대표하는 빅테크들의 시총도 크게 감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 기업에 대한 견제를 완화할 것이란 기대도 이들의 하락세를 막진 못했다. 규제와 간섭의 ‘무풍지대’였던 중국 빅테크의 생태계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공안은 빅테크들이 해외 불법 온라인 도박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포착하고 1년 넘게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공안은 불법 도박 사이트 검색, 도박 자금 결제를 위한 허위 매출 등에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알리바바의 점유율은 59%에 달한다. 2위 징둥도 26%다. 온라인 거래가 전체 소매판매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이들의 시장 지배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음식배달 시장에선 메이퇀이 65%, 알리바바 계열 어러머가 27%를 차지하고 있다.
텐센트의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사용자는 12억 명으로 아이와 노인 빼면 사실상 전 국민이 사용한다. 텐센트는 전자상거래 2위 징둥, 3위 핀둬둬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이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에선 위챗페이가 8억 명, 알리페이가 7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빅4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공당산 1당 체제를 위협할 잠재 리스크 요인이기도 하다.
빅테크들의 시장 지배적 행위들도 적극 규제한다. 알리바바 온라인 쇼핑몰에선 텐센트의 위챗페이를, 텐센트와 협업관계인 징둥닷컴에선 알리페이를 받지 않는 ‘거래 차별’, 납품업체에 한 플랫폼만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이선일(二選一)’ 등이 앞으로 금지된다. 당국은 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독점적 행위로 분류하고 이런 정보를 개방하라고 요구했다. 각 업체의 경쟁 우위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이 너무 커 당국이 원하는 만큼 규제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크레인셰어스의 브렌든 에이헌 CIO는 “정부가 다른 기업을 대안으로 키운다 해도 빅테크를 하루아침에 대체하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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