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시스템(K-VOTE, 이하 K-보트)이 환골탈태했다. 최근 증권사까지 전자투표 플랫폼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달아오른 가운데 시장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수용해 시스템 고도화에 나선 것이다.
예탁결제원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사옥에서 신규 K-보트 오픈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전자투표는 주총이 열리기 전 열흘간 주주들이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주총장에 출석할 필요 없이 본인 인증만 하면 모바일이나 PC로 특정 안건에 찬성이나 반대를 표시할 수 있다.
이재철 예탁원 의결권서비스부장은 "급변하고 있는 제도적 변화를 좀 더 유연하게 수용하고 최근 급격하게 발전한 기술들을 K-보트에 도입해 보다 편리한 환경에서 의결권 행사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 추진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K-보트는 기존의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서비스 이외에도 연기금, 자산운용회사 등의 기관투자자를 위한 지원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기업의 주주총회 운영에 필요한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을 통해 K-보트의 달라진 서비스는 크게 △24시간 365일 제한없는 이용 편의성 △연계 자동화 △기관투자자 지원강화 △통계분석 보고서 △현장 주총운영지원 등이다.
기존에는 시스템 운영시간(오전 9시~오후 10시)이 제한됐으나 신규 시스템에서는 중단없이 운영하고, 이용자 편의를 위한 시스템 기능 및 디자인도 전반적으로 개선했다.
또한 주주총회 및 전자투표 관련 정보 입력의 자동화를 통해 발행회사 담당자의 편의성을 제고했다. 다수의 종목을 별도 수탁기관에 보관하는 특성을 반영해 일괄행사 및 대리인 선임 기능을 지원한다.
전자투표는 그동안 예탁원의 'K-이보트(K-eVote)'가 유일했지만 지난해 미래에셋대우가 민간에서 처음으로 '플랫폼V'를 선보였고 올해는 삼성증권이 '온라인주총장' 서비스를 출시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전자투표 시스템을 개발해 서비스 중이다.
예탁원의 경우 자본금 규모와 주주 수에 따라 최대 500만원의 이용료를 내야 하지만 증권사 서비스는 무료다. 다만 예탁결제원도 올해 주총에선 전자투표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주기로 했다.
예탁원은 K-보트의 수수료를 전면적으로 무료로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자투표 서비스 수수료와 전자투표율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명근 예탁원 기업지원 본부장은 "증권사들은 전자투표 서비스를 부가서비스로 생각하지만 우리는 부가서비스가 아닌 본질적 서비스라고 판단한다"며 "다만 내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 계속 무료로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투표 수수료는 발행회사가 내는 것이고 투표는 주주가 하는 것"이라며 "증권사들이 전자투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해서 전자투표율이 높아지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향후 예탁원은 별도 연락처 없이도 주주에게 주총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한국형 주주통지 모델 서비스를 내년 3월에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키움증권 외에도 증권사 매매주문 시스템과의 연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K-보트와 함께 투자자들에게 안전하고 공정한 의결권 행사환경을 제공하고 기업의 원활한 주총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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