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개인이동수단(PM)을 위한 지정차로제 도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PM 지정차로제를 추진하자 경찰청이 난색을 표시하면서다.
만 13세 이상 청소년도 운전면허 없이 전동퀵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이 임박한 가운데, 주무기관간 갈등으로 PM 도로 확충이 늦어지고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서울시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3차로 이상의 도로 가장 오른쪽 차로를 ‘자전거 등’이 이용할 수 있는 차로로 지정할 수 있는 지정차로제 개편을 추진 중이다.
지정차로제란 차량의 종류별로 다닐수 있는 차로를 정해주는 제도다. 지금은 왼쪽 차로는 소형·고속차량, 오른쪽 차로는 대형·저속차량이 주행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여기에 편도 3차로 이상 가장 오른쪽 차로에 대한 구분을 신설해 자전거, 킥보드 등 PM이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다. 다만, 20㎞ 미만으로 주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선 차종에 상관없이 통행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뒀다. 우회전 차량과 조업 주·정차 차량이 바깥쪽 차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울시가 PM 지정차로를 추진하는 이유는 PM을 위한 인프라 확충 속도가 자전거와 퀵보드 이용자 급증세를 따라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전거 전용도로 한 구간을 만들기 위해선 경찰, 자치단체 등과의 협의와 기존 도로 축소 등의 작업으로 상당 기간이 걸린다"며 "아예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지정차로제를 개정하면 PM 도로가 일괄적으로 만들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정차로제 개편은 자전거 전용도로를 별도로 만드는 데 드는 막대한 예산도 줄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보도높이로 올려 새로 깔기 위해선 1㎞당 약 4억원이 투입된다. 현재 자전거도로 설치율은 전체 도로(8282㎞) 대비 8%에 불과하다. 서울시 전체 도로에 별도 PM 전용도로를 만들기 위해선 약 3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경찰청에선 지정차로제 개편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당장 차로를 줄여 PM에 한 차로를 내어주면 교통체증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우회전 차량이 PM과 섞여 운행하게 되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최종 합의 없이 지난 10일 보행 종합계획안에 지정차로제 개편을 담아 발표했다"며 "교통체증이 심화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쉽게 결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정차로제 개편을 포함한 PM 도로 확충에 대한 논의를 더이상 늦추면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당장 다음달 10일부터 청소년들이 면허 없이 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는 것이 합법이 된다"며 "지정차로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공론화하고, 서울시에 PM 지정차로제 시범사업을 먼저 진행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도로교통법은 '도로의 가장자리'와 같은 애매한 용어로 자전거 길이 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PM도로를 대폭 확충하고 보행로에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이용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재앙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