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과학자들이 고압산소요법으로 인간 노화과정을 세포 단계서 역진시킨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와 샤미르메디컬센터 공동연구진은 고령자에게 고압산소를 들이마시게 하는 고압산소요법(HBOT)으로 텔로미어를 연장하고 노화세포 증가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텔로미어는 사람의 염색체 끝단에서 DNA 염기서열을 보호하는 염기쌍이다. 사람은 주기적으로 세포분열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는데, 이 과정에서 DNA는 복제되지만 텔로미어는 복제되지 않아 세포분열 때마다 길이가 조금씩 짧아지낟. 이 길이가 더 이상 줄어들 수 없을 만큼 짧아지면 세포분열이 멈추고 세포가 사멸한다. 이 과정이 노화다.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는 것은 신체 각종 능력이 떨어지는 데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근육세포에서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면 힘이 약해지고, 피부세포에서는 탄력이 감소한다. 노화세포 축적은 당뇨나 알츠하이머병 발병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건강한 만 64세 이상 남녀 3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 참가자들은 90일간 일주일에 5번 1회당 90분씩 HBOT 요법을 받았다. 고압산소장치 안에 들어가서 20분간 2기압 100% 산소를 흡입하고, 5분씩 쉬는 식으로 실험이 진행됐다.
실험진은 실험 전과 30회 시점, 60회시점, 90회 이후로 나눠 참가자들의 혈액 포본을 채취해 텔로미어의 길이와 노화세포의 상태를 평가했다. 이 결과 텔로미어 길이는 길어졌고, 노화세포는 감소했다.
연구진은 예루살렘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참가자들의 세포가 25년 전으로 돌아간 수준으로 변화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어 "참가자의 주의력, 정보처리 속도, 행동 기능도 올랐다"며 "단순히 노화를 늦춘게 아니라 시간을 돌린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아미르 하다니 샤미르메디컬센터 최고의학연구책임자는 "앞서도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격렬한 유산소 운동을 할 경우 텔로미어 단축을 일부 방지한다는 실험 결과가 있었지만, 고압산소요법은 훨씬 더 큰 효과를 냈다"며 "운동을 하거나 생활습관을 바꿨을 때보다 크게 빠른 속도로 텔로미어를 연장시켰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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