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는 지난 2일 소방청에 “소방관 공개채용 중 여성 비율이 낮으니 체력기준 등 채용방법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소방청은 이달 말까지 개선 계획을 세워 여가부에 내야 한다. 그동안 소방관은 남녀 인원을 정해놓고 선발해왔다. 올해 선발한 4844명 중 여성 비율은 8.4%였다.
소방관의 여성 정원이 적은 것은 소방업무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소방청은 설명했다. 소방관은 다양한 현장에서 화재 진압, 인명구조 등의 활동에 나서야 하는 만큼 체력 경쟁력이 최우선이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좋은 남성이 더 필요하다는 전언이다. 119구조대는 특수부대 근무 경력자만 지원할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성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경찰청도 2023년 순경 채용부터 남녀 구분을 없애고 체력시험을 절대평가로 시행하는 방안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를 적용하면 여경의 90%가 합격할 수 없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와서다. 여성을 차별하려고 적게 뽑는 게 아니라 업무 특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 있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여성 비율 확대에만 초점을 두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여가부는 2017년부터 매년 두 차례 공공기관, 경찰, 군 등 공공부문의 여성 관리자 및 채용 비율을 발표한다.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를 내세우면서다. 취지에 공감하는 의견도 많다. 공공부문부터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하면 양성평등을 확산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상은 다르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여가부는 여성 비율이 전년 동기보다 얼마나 늘었는지 숫자만 본다”며 “개인별 능력과 조직 업무 특성, 성별 간 균형 등을 깊이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당장 여성 비율을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양성평등 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성 인력이 필요한 자리를 발굴하고, 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먼저다. 업무 특성상 성비 조정이 어려운 영역까지 억지로 흔든다고 양성평등 시대가 열리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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