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교동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씨(41)는 23일 직원 5명 중 2명에게 무급휴직을 통보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24일부터 서울 모든 카페의 홀 영업이 금지돼서다. 지난 8월 말~9월 초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한 차례 홀 영업을 중단했던 이 카페는 당시 매출이 전년 대비 70% 넘게 줄었다. 최씨는 “매출이 반의반 토막 날 게 뻔해 직원 두 명 대신 직접 일할 계획”이라며 “매출이 조금씩 다시 살아난다 했더니 이제는 가게를 내놔야 할지 고민된다”고 했다.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을 하루 앞둔 이날 자영업자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하루하루가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왜 자영업자만 희생양 삼느냐” “영업제한 수위가 업종에 따라 너무 다르다”는 비판도 나왔다.
야간 매출 비중이 높은 술집은 걱정이 더 컸다. 합정동에서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하는 박모씨(42)는 “일반 술집은 밥을 먹고 2차로 오는 경우가 많아 오후 9시는 돼야 손님이 차고 보통 새벽 3시까지 영업한다”며 “한 시간에 한두 건 배달하자고 배달시장에 뛰어들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식당처럼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금지된 실내체육시설도 사정은 비슷했다. 종로의 한 당구장은 오후 1시께 당구대 7개 중 1개만 차 있었다. 이곳 직원은 “대부분 손님이 술 한잔하고 당구를 치러 온다”며 “밤 9시 이후에 영업을 못하면 사실상 매출 70%를 날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동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이모씨(35)는 “회원 대부분이 직장인이어서 퇴근하고 오후 9시 이후 헬스장에 온다”며 “아침부터 회원권을 2주 연장해달라는 연락이 많이 왔다”고 토로했다.
최원국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사무국장은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3월부터 영업을 했다 안 했다 하니까 인건비, 공과금 등 손해가 막심하다”며 “업종에 관계없이 다같이 거리두기를 했어야 확진자도 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강명구 한국콜라텍협회 회장은 “올해 연이은 거리두기 조치로 현재 서울 시내 65개 업소 중 절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역 조치가 업종별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카페는 홀 영업이 전부 중단된다. 일반 음식점은 오후 9시 이후부터 홀 영업이 금지된다. 반면 PC방은 칸막이를 설치하면 음식물 섭취가 가능하다. 서교동의 한 감자탕집 업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칸막이를 설치하고 QR 체크인, 손소독제 사용도 다했는데 왜 자영업자만 희생양 삼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는 올해 코로나19로 소비가 감소하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대상”이라며 “자영업 폐업이 늘면 고용이 축소되고 이는 다시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김남영/최다은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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