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오른 영향이 컸다. 이날 시총 상위 10개 종목 모두 주가가 뛰었다. 대형주들이 상승세를 이끌면서 코스피200은 이미 지난 16일 사상 최고점에 먼저 도달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하루 새 4.33% 뛰었다. 성장주와 경기민감주 대다수가 상승 마감했다.
1400선까지 주저앉았던 코스피지수를 8개월 만에 1000포인트 이상 밀어올린 것은 돈의 힘이었다. 현재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예탁금은 사상 최대(63조원) 규모다. ‘고평가’ ‘과열’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졌지만 풍부한 유동성은 이를 비웃듯 주가를 밀어올렸다.
돈은 제로(0) 금리 시대에 위험자산인 증시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 한발 앞서 사상 최고점에 도달했던 미국 나스닥과 29년 만에 가장 높이 치솟은 일본 닛케이225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2년 새 한국 증시의 체질이 바뀌었다. 코로나19 변동장에서 주도주로 떠오른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종목들은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이 크게 늘었다. 특히 의약품 업종의 비중은 2018년 3.71%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7.69%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녹십자 등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덕이다. 서비스업종도 8.08%에서 10.80%로 늘었다.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의 힘이 컸다. 배터리(LG화학) 친환경(한화솔루션, OCI) 화장품(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석유화학(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을 포함한 화학업종은 10.33%에서 11.10%로 비중이 소폭 늘었다.
증시 상승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일부 증권사는 내년 코스피지수가 3000까지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을 이겨낸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를 높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실적 전망치가 있는 상장사(276개)의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총 180조2114억원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역대 최고 이익을 낸 2018년 177조5323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변수는 남아 있다. 코로나 재확산과 금리 인상이 중요하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내년 시장의 핵심도 유동성”이라며 “내년 2분기부터 코로나19가 진정될 경우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고 글로벌 증시에 강한 변동성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재원/한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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