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포X2021은 상용화 전 콘셉트폰이다. 하지만 오포는 행사 참가자들에게 제품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유튜브를 통해 실제 구동 영상을 공개하는 등 기술력을 과시했다. 상용화 시기나 가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레빈 류 오포 부사장은 “아직은 콘셉트 단계지만 소비자에게 적절한 시기에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최근 유럽연합 지식재산청(EUIPO)에 ‘LG 슬라이드’와 ‘LG 롤러블’이라는 상표를 출원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LG전자가 내년 1분기 롤러블폰을 공개하고 상반기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전자의 롤러블폰은 오포X2021과 비슷하게 모터를 이용해 화면을 확대·축소하는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이 직접 잡아당기는 방식은 디스플레이에 가해지는 힘이 균일하지 않아 파손 우려가 높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화면을 늘이고 줄이는 과정에서 디스플레이가 파손되지 않도록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오포가 LG전자에 앞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위해 개발 중인 시제품을 먼저 공개했지만 제품 출시는 LG전자가 앞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기즈모차이나는 “오포X2021의 세부사항과 출시 일정 등 자세한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폴더블폰 상용화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삼성전자가 2019년 3월 갤럭시폴드 공개를 예고한 상황에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로욜이 2018년 10월 ‘플렉스 파이’를 선보이면서 세계 최초 폴더블폰 타이틀을 가져갔다. 하지만 로욜의 제품은 사용이 힘들 정도로 화면 주름이 심한 데다 대량 생산도 하지 못해 시장에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중국 화웨이가 ‘메이트X’로 폴더블폰 경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삼성전자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미국 무역 제재로 올해 말 출시 예정이던 후속작 ‘메이트X2’는 출시가 불투명하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에 이어 롤러블 스마트폰도 준비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한 디자인 전략회의 사진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일반 스마트폰보다 두껍고 갤럭시Z폴드2 같은 폴더블폰보다는 얇은 형태다. 삼성전자가 준비 중인 롤러블폰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스마트폰을 위로 끌어올리면 뒷면에 말려 있는 화면이 나오는 제품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시장은 10년 넘게 바 타입 제품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최근 기술 발달로 폴더블폰을 비롯한 새로운 폼팩터 제품이 출시되면서 2017년을 정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던 스마트폰 시장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4년에 총 19억2920만 대의 스마트폰이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 18억8370만 대를 뛰어넘는 숫자다. SA는 “5세대(5G) 이동통신 확산과 폴더블, 롤러블 등 새로운 폼팩터의 등장이 스마트폰 시장을 견인하는 빅 사이클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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