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개정을 예고한 가운데 카드사와 핀테크 기업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카드업계는 핀테크 업계와 동일 규제를 주장하고 있고, 핀테크 업계는 카드사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금법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인 2006년 제정된 후 큰 변화가 없어 금융환경의 변화 대응에 늦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발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의 주요 내용은 △간편결제 30만원 후불 결제 허용 △마이페이먼트 도입 △종합지급결제업 도입 등을 담고 있다. 올해 하반기 중 국회에서 개정안이 제출?통과되면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을, 핀테크 업체는 전자금융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 카드사는 여전법에 따라 자기자본과 대출 비율 등을 제한받는 반면 전금법에는 건전성 관련 규제가 없어 핀테크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영업의 제약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이미 수 천만명의 고객을 확보한 빅테크사들이 자사가 보유한 플랫폼을 이용해 간편결제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면서 카드업계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활성화하면서 간편결제시장이 급성장했다. 간편결제시장의 무서운 성장세와 달리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성장세는 한풀 꺾였다.
더욱이 개정안이 국회 발의를 앞둔 전금법 등은 핀테크사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카드사를 포함한 금융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전통 금융사들은 높은 규제 장벽에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빅테크 업체들이 금융시장마저 집어 삼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대응해 '동일기능 동일규제', '규제 상향 평준화'를 원칙으로 디지털 금융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만이 크다"며 "기존 금융사의 경우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는 할부 이자, 카드론, 리볼빙, 현금서비스 등 다양한 여신 거래가 가능하지만 간편결제사는 여신 거래가 불가능할 뿐더러 카드사처럼 연회비를 받을 수도 없다는게 핀테크 업계의 설명이다.
간편결제사 관계자는 "카드사는 신용 거래로 조 단위 수익을 창출하는데 간편결제사는 후불결제가 도입되더라도 이자 수익을 낼 수 없다"며 "결제 수수료 등 카드사와 간편결제사에 동일한 규제 압박이 가해지는 것은 태동하는 핀테크 산업의 싹을 꺾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카드사와 간편결제사가 가맹점 심사를 같이하는 데도 이용자 환불 책임은 간편결제사만 지는 것도 불공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온라인 가맹점이 부도가 나면 간편결제사를 포함한 전자결제대행(PG)사가 이용자에게 100% 환불하도록 돼있다.
카드사는 영세가맹점에 우대 수수료를 적용하더라도 부도 책임이 없어 리스크가 적지만 이용자 환불 책임을 갖고있는 PG사는 가맹점 부도 리스크를 모두 다 떠안게 되는 구조다. 이에 PG사들은 카드사 수수료에 포함된 대손충담금 비중을 낮춰 PG사가 카드사에 지불하는 원가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 산업은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내수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소득공제 확대, 카드 영수증 복권제도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며 "반면 간편결제 시장은 가맹점 수도 카드사와 비교해 현저히 낮는 등 둘을 동일 선상에서 규제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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