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의 한국조폐공사 본사 전경
신용카드나 모바일 페이 확산 등으로 지폐나 동전을 많이 갖고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다.
화폐 사용이 감소하면 영향을 받는 곳이 화폐를 제조하는 한국조폐공사다.
하지만 한국조폐공사는 지난해 매출 5248억원에 11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영도 순항중이다.
조용만 한국조폐공사 사장
한국조폐공사는 2018년 1월 조용만 사장 취임 이후 사상 최대 매출을 매년 경신하고 있다고 24일 발표했다.
조폐공사 순항은 조 사장이 ‘업(業)의 진화’ 슬로건 아래 공기업에 걸맞는 신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폐공사는 신사업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이 ‘불리온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불리온(bullion)’은 17세기 프랑스 루이 13세때 재정장관이었던 ‘끌로 드 불리온’의 이름에서 비롯된 단어다.
금괴, 은괴 등 귀금속의 괴(塊)를 뜻하며 불리온 제품은 금, 은 등 귀금속으로 만든 메달이나 주화를 말한다.
이 불리온 메달이 조폐공사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조 사장은 취임과 함께 불리온 메달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섰다.
한국은행이 발주하는 동전 제조량이 급감하는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여긴 것이다.
2016년 22억원에 그쳤던 불리온 메달 매출은 2018년 303억원, 2019년 375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조폐공사 측은 예상했다.
특히 대부분의 매출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일군 실적으로, 메달에 대한민국의 문화를 담아 수출해 국격을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실제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호랑이(타이거)’와 전쟁의 신(神)으로 불리는 ‘치우천왕’ 불리온 메달은 해외 시장에서 빅 히트했다.
치우천왕을 수호하는 12사령관을 12지 동물로 표현한 ‘지신(支神)’ 시리즈, 봉황을 주제로 한 ‘코리안 피닉스’ 시리즈, ‘태권도’와 ‘한반도’ 시리즈, 신라 금관 및 상상속의 동물 삼족오(세 발 까마귀)를 소재로 한 ‘골드 크라운’ 불리온 메달이 그 뒤를 이었다.
해외 딜러들은 독창적 스토리와 디자인을 담은 대한민국의 고품격 메달에 감탄했다.
조 사장은 우리 문화와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기념메달 사업에도 적극 나서 특수압인 사업 매출을 1000억원대로 끌어올려 지속가능 경영 기반을 다졌다.
우리 궁전의 아름다움을 담은 ‘경복궁 메달’, 지폐형 ‘이중섭 기념메달’, 한국 국명이 붙은 공룡인 ‘코리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 기념메달’, 항일 독립군의 ‘청산리대첩 승전 100주년 기념메달’ 등이 대표적 작품이다.
조용만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주화를 만들면서 축적한 특수압인 기술을 활용한 고품위 불리온으로 단기간에 해외 시장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며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는 소재 발굴과 디자인으로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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